지난 13일 종합부동산세가 부분 위헌 결정을 받으면서 강남권의 상당수 주민이 종부세 납부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지만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은 아직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이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의 종부세 관련 문의는 가끔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매물을 회수하거나 호가를 올리는 곳은 많지 않다.
온누리공인중개사 고선영 사장은 "기업들의 줄도산, 구조조정 등 암울한 전망이 줄을 잇고 반토막 난 주식, 펀드에 여유자금이 묶여 있는데 누가 집을 사려 하겠느냐"며 "이미 1주택자는 올해 과세 대상도 확정돼 있는 만큼 종부세 효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동부센트레빌, 도곡 렉슬, 대치동 은마 등 고가 아파트 주민들도 종부세 부담을 덜게 된 것은 환영하지만 매물 감소나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 조은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 주민들은 종부세 부담도 있지만 경기 침체로 개인 사업자들이 자금난에 시달려 내놓은 물건도 적지 않다"며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매수 심리도 크게 위축돼 있어 어떤 호재에도 쉽게 가격이 오르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 잠원동 일대도 호가 상승이나 매물 회수 등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는 "현 매물은 양도세 회피나 처분 조건부 등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며 종부세와는 무관하다"며 "지금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려서라도 빨리 팔려고 하는데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종부세 위헌 결정 이후 지난 주말 112㎡ 한 채가 팔렸지만 9억원에 나왔던 것을 8억5천만원으로 낮춰 판매한 것이어서 종부세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다만 종부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고자 했던 일부 집주인들은 '급할 게 없다'며 관망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집주인은 재건축 규제 완화, 종부세 위헌, 잠실 롯데월드 건립 등의 장점을 들어 집값이 올랐으면 하지만 매수자들은 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꿈쩍도 않고 있다"며 "매수-매도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커 당분간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용산지역에서 처음 분양에 나선 용산구 신계동 대림 e-편한세상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지난 14일 오픈 이후 사흘 동안 1만여명의 방문객이 북적거렸고, 떴다방과 현지 중개업소의 호객 행위도 눈에 띄었다.
이 아파트는 81-196㎡로 분양가가 5억5천만-14억원선에 이르며 계약후 곧바로 전매가 가능하다.
대림산업 성열우 분양소장은 "이번 종부세 세대별 합산부과 위헌 결정 이후에는 대형 주택형에 대한 문의가 3배 이상 증가했다"며 "경기침체로 걱정이 많았는데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용산에서 첫 분양된 전매 가능 아파트라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최근 경제상황에서 모델하우스의 방문객 수가 청약, 계약률로 이어질 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