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큰 손들의 돈을 끌어모으며 개발에 열을 올리던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 고유 문화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3일 보도했다.
두바이는 금융위기로 인해 개발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연기되고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는 등 성장일변도의 개발 열기에 제동이 걸리고 대표적인 성장지역의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두바이 당국은 현재 세금 징수를 어떻게 착수할 것인가를 검토하고 있어, 그동안 가장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장점마저 훼손될 지경이다.
이 와중에 두바이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베두인족 원주민들은 최근 수년간 고유 문화의 상실에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마침내 전통 문화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수를 줄이는 동시에 자신들의 관습과 생활방식을 외국인들에게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압둘 칼레크 압둘라는 금융위기와 관련, "이것은 축복이며,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다"며 "도시는 속도를 늦추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으며, 이는 우리 나라의 정체성에도 좋다"고 말했다.
압둘라 교수는 "우리는 점점 더 정상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현실은 가장자리로 다가가고 있다"며 "이것은 원주민들이 모두 느끼는 바고, 우리가 모든 것을 가졌다고 느꼈을 때 또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위기의 급작스런 한파는 서방이나 아시아 사회들 이상으로 UAE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고 있으며, 이 문제는 아마도 스스로에게도 가장 어려운 질문일 것이라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원주민들은 성장의 과실을 누려 분에 넘칠 정도로 각종 복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 사정이 빨리 회복되지 않아 복지 혜택이 비용을 초과할 경우 동반될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24살의 청년 라시드 알리는 "오직 나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의 미래,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