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국내 은행들의 순이익이 36% 이상 급감했다.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바젤Ⅱ 기준)도 크게 떨어져 은행권 경영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 은행 순이익 36% 급감 =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의 13조2000억원에 비해 36.2% 감소했다. 지난해 출자전환주식 매각이익을 제외하더라도 1조6000억원(15.7%) 줄어든 것이다.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 본부장은 "부실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려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외형 경쟁보다 내실 경영에 힘쓰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충당금 전입액은 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배 가량 증가했다.
증시 폭락으로 보유 주식과 채권의 가격이 폭락한 것도 은행권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증권 관련이익은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9000억원)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고 비이자이익도 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이자이익은 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년 동기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난 2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악화는 지표에 그대로 반영돼 은행권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72%와 10.4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59%포인트와 6.9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 BIS비율 하락 위험수위 = 금감원은 9월 말 현재 국내 18개 은행의 BIS비율이 10.79%로 6월 말보다 0.57%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확대되면서 자기자본이 6조4000억원 줄어든 반면 환율 폭등의 영향으로 위험가중자산은 4조원 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하나 외환 대구 부산 농협 수협 등 7개 은행의 BIS비율이 전분기 대비 상승했고 신한은행 등 11개 은행은 하락했다. 특히 국민(9.76%) 한국씨티(9.50%), 수출입(8.75%) 등 3개 은행은 BIS비율이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은행 BIS비율이 8% 밑으로 떨어지면 금감원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게 되고 10% 이상(자본적정성 1등급)인 은행은 우량 은행으로 분류된다.
주 본부장은 "대부분의 은행이 BIS비율 10%를 상회하고 있지만 향후 환율·주가·금리 등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자기자본과 내부유보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0.81%로 지난해 말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규발생 부실채권은 8조6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1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업대출 부실비율은 0.92%로 0.12%포인트, 신용카드채권은 1.10%로 0.14%포인트 각각 높아졌으며 가계대출은 0.01%포인트 낮아진 0.53%를 기록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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