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6일 ‘오바마 당선’으로 시장자율주의에 입각한 현정부의 경제정책인 ‘MB노믹스’가 전면 수정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경제기조는 내치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양국 정부의 성향이 다르다고 해도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청와대는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당시, 정부가 미국측 채무에 대한 채권을 팔겠다고 압박, 성공한 사례를 상기하면서 다양한 대응 전략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현 정부의 기조가 미 공화당과 유사하고 미 민주당과 다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양국관계나 경제위기 대처 공조 등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며 “각자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안별로 공조하거나 협상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경제위기와 관련한 금융공조 등 정책 공조를 미국과 추진해나가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대대적 규제완화 등 ‘개혁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과의 정책차이를 부각시키며 걱정할 때가 아니고, 당장 한미FTA와 관련해 오바마 정부는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대비해 무엇을 고수하고 양보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책적 차이에 따른 우려가 아닌 사안별로 미국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 쇠고기 파동 당시 미국측은 외교적 관례를 이유로 쇠고기 협상의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우리 정부의 요구를 별도로 협의한 바 있는데, 이런 전례에 따라 아무리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FTA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해도 협정의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쇠고기 수입 때는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지만, FTA 만큼은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정부는 ‘MB 노믹스’와 오바마 미국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인 ‘오바마 노믹스’가 규제·세제·국가기능 등 대부분의 지점에서 대치돼 양국간 정책공조에 파열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대응기조를 마련한 셈이다.
이와 관련, 배성인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양국의 경제기조가 상반돼 향후 양국간 정책공조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정부의 기조가 당장 수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정부는 향후 개방화와 자유화가 미국에 뒤떨어져 있어 지속적으로 규제완화를 펼치겠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발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 체제가 붕괴 직전까지 이른 상황에서 시장자율만 주장하는 현정부는 미국측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