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오바마의 사람들

2008-11-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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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가시화되면서 현재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를 있게 한 측근들과 미래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할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오바마가 당선이 확정될 경우 수일 내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차기 정부의 요직 인선결과가 발표될 계획이다.

   
 
존 포데스타
오바마 진영은 대선 결과가 채 나오기 전에 차기 내각 인선 구상에 들어갔다는 것이 건방진 인상을 줄까봐 쉬쉬하고 있었지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존 포데스타 미국진보센터(CAP)소장이 이끄는 오바마의 정권인수팀은 금융위기 이전부터 비밀리에 인선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등을 치르기 위해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거물급 인사를 각료로 영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경험이 부족한 오바마의 이미지를 보완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와 함께 최대 현안인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설 재무장관으로는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은행 총재, 팀 게이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거론되고 있다.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과 지한파로 알려진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가 국무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여성과 블루칼라 노동자 표를 끌어오는데 기여한 경선 라이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보건복지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오바마를 적극 후원해온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캐롤라인 케네디(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는 유엔이나 바티칸 또는 영국 주재 대사로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나폴리타노 주지사는 차기 법무장관으로, 세베리우스 주지사는 에너지 장관이나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는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2년전 의회선거에서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오바마와 같은 일리노이주 출신 람 에마누엘 하원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오바마의 '오른팔'인 선거총책 데이비드 엑설로드와 선거대책본부의 또다른 핵심축인 데이비드 플루프도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오바마 정부에서 유임이 유력시 되고 있지만 게이츠 장관 자신이 유임설에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어 워싱턴 일각에서는 공화당의 척 헤이글 상원의원의 차기 국방장관직 기용설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가 외교·군사문제를 자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각료보다는 외교군사문제를 다룰 특사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바마는 선거운동 기간동안 적절한 시점에서 유명인사들의 지지선언을 통해 최적의 도움을 받는 '행운'을 누렸다.

지난해 5월 TV 토크 쇼 진행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가 무명에 가까웠던 오바마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미 전역의 유권자들에 각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마음 속엔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4%가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 뉴스를 들었다.

올 1월말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힐러리와 접전을 벌이던 오바마는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지지를 이끌어내 선거 구도를 바꿔버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미국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 명문 케네디가를 등에 업은 오바마는 클린턴 부부가 독점했던 민주당 주류 자리에 당당하게 진입한 것이다.

케네디 의원은 8월 전당대회장에도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나타나 오바마 열기를 지속시켰다.

힐러리가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오던 3월에는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의 대부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평생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지도자"라는 격찬과 함께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며 지지율 하락사태에 직면했던 오바마를 도왔다. 

선거를 2주 남긴 상황에서 콜린 파월의 오바마 지지선언 역시 오바마를 믿을 수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 하는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버지와 아들인 두 부시 전현직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였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러닝메이트로까지 거론되던 파월이 오바마를 선택한 뒤 매케인과의 지지율 격차는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올 8월 폭스뉴스와 오피니언 다이내믹스의 공동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4분의 3이 파월을 좋아하며 세 명 중 한 명은 "파월이 오바마를 지지한다면 나도 오바마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응답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스콧 매클렐런 전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달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렇듯 1년여의 대선 장정에서 오바마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일 때마다 유력인사들이 거들고 나선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가 자신이 의지해온 '바위와 같이 든든한 존재'로 표현했던 외할머니가 향년 86세의 나이로 3일(현지시간) 타계했고 2일 저녁에는 오바마 선거캠프의 네바다주 유세 책임자인 테렌스 톨버트가 심장마미로 사망했다.

오바마는 3일 오전 플로리다 잭슨빌에서 외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접했지만 선거운동 현장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보였다.

하지만 결국 오바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유세에서 타계한 외할머니에 대해 얘기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으며 "지금이 나에겐 가장 비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ABC 뉴스는 "오늘 오바마는 매우 감정적이었고 인간적이었다"고 전했으며 일부 언론은 "오바마가 외할머니의 은총에 힘입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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