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40달러(2008년7월 기준)에 육박했던 국제유가에 이은 원∙달러 환율상승(여행객 감소)으로 시련을 겪어온 항공업계가 이번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신규 가입이라는 호재를 만나, 비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신규가입에 따른 방미객 수는 올해 87만6819명에서 2009년 98만8366명, 2010년 113만9181명, 2011년에는 118만9161명으로 늘어날 전망했다.
고유가, 원∙달러 환율상승 탓에 외환위기때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보낸 항공업계 입장에서는 물속에 빠져 있다가 짚푸라기(?) 하나를 잡은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VWP 신규가입은 한∙미간 여행객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비자면제에 따른 예상 출입국인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LA의 경우 총 35편(1주일 기준)을 운항하고 있다.
양사는 VWP 시행 후 여행객 증가 추이를 봐가면서 증편하는 방안까지 준비중이다. 그동안 비자 발급 문제로 미국 방문을 포기했던 내국인의 미국 방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까지 운항할 대형 여객기를 단기간에 추가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보유중인 여객기로 늘어나는 수요를 최대한 대비할 방침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등에 취항중인 대한항공은 B787, A380 등 최신 여객기를 인도받는 대로 이 노선에 투입할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대한항공은 주 4회 운항중인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노선의 경우 미국 학교들이 방학시즌에 돌입하는 12월 중순부터 주 7회로 늘릴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로스앤젤레스 노선을 증편하는 등 향후 시장상황에 따라 여객기를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측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비자가 면제되면 그만큼 미주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적극적인 증편을 통해 고객 요구에 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 VWP 신규가입은 국내 항공사들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이겠지만, 단기 매출상승과 직결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HMC투자증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국내경기가 회복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이어서 단기 여행실적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도 "항공업계의 여객수요 둔화 우려를 잠재울 수는 있지만, 미 비자면제는 예상됐던 수순이어서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붕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