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실물경제의 침체에 따라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0월 수출은 378억9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 늘어 간신히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1%를 기록한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9월은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보다 4일 줄었기 때문으로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수출액은 20.0% 증가했지만 올해 10월은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해도 1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수출의 82%를 차지하는 13대 주요 품목 가운데 선박과 철강, 섬유 등 3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품목은 올해 1~9월의 실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실물경제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자동차 수출은 올해 1~9월 1.5% 감소한 데 이어 10월에서 14.3%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의 둔화를 이끌었다. 10월의 부진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기침체 뿐 아니라 동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른 주문취소(5만 여대) 등에 따른 것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수출 규모 1위 품목이었지만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 따라 7월부터 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1~9월 7.9%에서 10월에는 26.4%로 확대되면서 수출규모 7위로 떨어졌다.
가전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 특수가 반영돼야 하지만 실물경제의 위축과 가격 하락에 따라 수출감소세가 뚜렷했다. 가전 수출 증가율은 1~9월 7.3%에서 10월에는 -28.4%로 추락했다.
컴퓨터도 중국 제품에 밀리면서 수출 감소폭이 크게 늘었다. 1~9월 수출 감소율은 12.3%였지만 10월에는 37.0%로 벌어졌다.
무선통신기기 수출 증가율은 13.5%로 두자릿수를 이어갔지만 올해 들어 9월까지 28.8%의 고성장세가 꺾였으며 휴대전화 단말기는 수출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은 고유가에 따라 올해 들어 9월까지 수출액이 31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2% 급증하면서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지만 10월에는 유가급락이 반영되면서 수출증가율은 45.2%로 반토막이 됐다.
일반기계는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기계수주가 둔화되면서 10월 수출증가율은 3.6%에 그쳐 1~9월의 32.6%보다 대폭 줄었다.
다만 선박은 4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안정된 노사 관계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10월 수출이 117.8% 증가,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섬유는 미국 시장의 소비가 위축됐지만 원자재가 인하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10월 증가율이 5.8%를 기록해 1~9월의 2.3%보다 호조를 보였으며 철강은 10월 수출이 40.1% 증가해 1~9월의 35.0% 증가율에서 소폭 올라갔다.
지역별로 보면 대(對) 개도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선진국의 경기둔화가 개도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율이 10월에 -1.8%를 기록해 9월의 15.5%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수출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대 아세안 수출도 6.3% 증가에 그쳐 9월의 21.7%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대 유럽연합 수출도 8.2% 감소해 9월의 26.7% 증가에서 큰 폭의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 일본 수출역시 5.5% 증가에 그쳐 9월의 17.0%보다 낮아졌다.
이처럼 주요 품목들과 대 개도국 수출이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라 둔화세를 보이면서 내년 전망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증가율이 3분기 27.7%에서 4분기에는 14.2%로 급감하고 내년에는 8.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금융연구원도 내년 수출증가율이 6.1%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윤상하 선임연구원은 "선진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되면서 대 선진국 내구 소비재 수출과 대 개도국 중간 및 자본재 수출이 우려된다"며 "내년 수출증가는 8.9%로 한자릿수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