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어디로 가나?

2008-11-0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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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동반 침체로 이끌면서 90년대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를 덮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며 금융사들이 연이어 파산하며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져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로가 1990년 이후 일본이 겪었던 장기 침체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은 소비지출이 크게 위축되며 17년만에 처음으로 3.1% 줄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0.3% 감소해 사실상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심각한 소비 위축으로 상품이 팔리지 않아 상품의 재고가 쌓이게 되면 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이고 이는 소비를 더욱 줄이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심화되며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으며 아시아 등 신흥시장 역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불투명해지며 수출을 바탕으로한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권이 버텨주면서 신흥시장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이번에는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어려움을 직면했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 등 세계 경제는 국제유가 등 치솟는 원자재 가격으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했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우려로 원자재 가격은 재차 폭락하고 다른 상품 및 서비스 가격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5.6%에 달했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9월에는 4.9%로 떨어졌고 앞으로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이미 경고했던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말을 인용, 미국이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고 과거에 일본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책 당국이 금리를 제로로 가져가더라도 디플레이션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세계로 번지면서 많은 국가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미국 혼자만 경제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세계의 수많은 국가가 동시에 심각한 곤경에 처한 것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우리가 진짜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위험은 몇 년간의 나쁜 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 국가들도 금번 금융위기가 90년대말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침체에 빠져있는 선진국으로의 수출을 기대하기 힘들어 수출을 통한 경제를 회복이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아시아 신흥시장의 경제침체가 지난 90년대말처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기간은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어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ING의 팀 콘돈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수출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경기하강은 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부채로 고전했던 10년 전에 비하면 아시아 국가의 경제사정은 많은 외환보유액을 확보하는 등 건전해졌지만 한국과 인도 등의 경우처럼 통화가치가 급락하며 수입물가를 비싸게 만들고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 대출 문제까지 더해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전만큼 급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또한 아시아의 경제성장 약화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국가가 대규모로 수입하는 콩과 원유 등 원자재 수요도 줄어 러시아와 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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