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로의 경기변동 내년도 사업계획 '안갯속'

2008-11-02 17:16
  • 글자크기 설정

국내외 경기여건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서 각종 경기전망치마저 떨어지고 있어 국내 대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국내 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으로 환율과 주가를 비롯한 제반 금융변수들이 사상 최고치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사상 첫 통화스왑 계약 체결로 그동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외화유동성 위기는 넘겼지만, 이번 통화스왑 계약이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불안 및 경기침체로 인한 불확실한 경기 여건은 국내 기업들에게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자체를 난항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전자, 통신업계는 내년도 세계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투자계획들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매출과 판매목표를 낮춘다는 큰 기조아래 각 사업부와 총괄단위별로 세운 세부계획안을 모아 검토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올해 메모리 반도체 라인증설 및 보강을 위해 7조원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갈수록 악화되는 시황을 반영해 규모를 수 천억원 가량 축소키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도 보통 11월에 다음해의 운용계획을 세워왔던 대로 진행중”이라며 “내년에는 세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경비와 매출액을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900원대로 예상했던 환율이 1200원대를 웃돌면서 어떤 기업보다 큰 수혜를 보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게 좋은 현상”며 환율상승에 따른 수혜에 대해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가고 개도국 경기도 불확실해 향후 수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통 11월말에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만, 올해의 경우 대외 변수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변동하다보니 수립된 계획 자체가 의미가 없고, 또 수시로 변동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도 그룹내 주력사업인 통신과 에너지사업에 대한 내년도 전망이 불투명해 사업계획 수립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통신사업은 내수산업이어서 환율이나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덜 받지만,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타격은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올해 통신사업 실적도 할인요금제, 마케팅경쟁, 신규 가입자수 감소탓에 실적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정유사업은 환율에 민감한 업종이기 때문에 SK에너지의 경우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애로점이 많다”며 “지금쯤이면 본격적인 사업계획 수립작업이 진행돼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실무 부서진들도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말 용인 SK아카데미에서 13개 주요계열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4일간 진행된 세미나에서 각 계열사별 내년도 사업전망을 듣고, 환율이나 유가변동 등에 따른 시나리오별 플랜닝을 짜도록 지시하며 경기변동 상황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3일부터 내년도 사업전략 수립을 위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3주일에 걸친 순회미팅에 들어갔다.

구 회장은 이번 미팅에서 주력 계열사들이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됨에도 불구, 글로벌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는만큼 철저한 대비를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LG는  ‘고객인사이트 경영’과 ‘최고의 인재채용 및 육성’에 초점을 맞춰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된 이후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제 글로벌 금융불안이 국내 금융 및 실물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재붕, 최소영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