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례없는 금융 혼란을 겪고 있는 미국이 정치에서도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흑인 대통령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 후보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앞서고 있는 가운데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오바마가 승리할 경우 행정부와 상하원은 모두 민주당 '독식' 시대를 맞게 된다.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1일 콜로라도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오른쪽부터)와 아내 미셸이 포옹하고 있다. |
격차가 다소 줄기는 했지만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모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에서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매케인을 5~10%포인트 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2~3%포인트 정도면 매케인의 극적인 역전도 가능하겠지만 5%포인트 이상의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라는 평을 받고 있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51%의 지지로 43%에 그친 매케인을 8%포인트 앞섰다.
갤럽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8%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조그비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는 매케인을 7%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50%의 지지율을 확보했다.
라스무센 조사에서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은 51%로 47%를 기록한 매케인을 4%포인트 앞섰다.
오바마 당선을 확실시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대선 승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선거인단에 주목하고 있다.
1일 기준 미국 대선 우세 지역. 파란색이 오바마, 빨간색이 매케인 우세 지역 (출처: CNN) |
오바마는 이미 당선을 위해 필요한 과반인 270명을 넘었다. CNN에 따르면 오바마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91명으로 추정된다. 160명으로 예상되는 매케인에 비해 130명 이상 많은 것이다.
정치전문기관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의 전망은 매케인의 역전을 상상할 수 조차 없게 하고 있다.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에 따르면 오바마는 31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141명의 매케인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2008년 美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조기투표에서 오바마는 이미 승리를 확정짓고 있다.
30여개 주에서 전체 유권자의 30% 이상이 조기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오바마는 매케인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오바마 진영이 선거운동시 조기투표 참여를 강조한데다 민주당 지지자들과 흑인의 참여가 높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조기투표는 공화당이 우세했던 것이 사실을 감안하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상하원 선거 역시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효과'로 탄력을 받은 민주당은 35명을 선출하는 상원선거에서 18개 지역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기관 폴스터닷컴은 공화당은 13개 지역에서 승산이 있으며 접전지역은 4곳이라고 밝혔다.
접전지역까지 민주당의 손에 넘어간다면 민주당은 소위 '슈퍼 60'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향후 법안처리를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원 역시 모두 435명 중 245개 지역에서 승리가 예상된다. 접전지역은 24개 지역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은 166개에 불과하다.
다만 주지자 선거에서는 양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델라웨어, 미주리, 몬태나 등 5개 지역에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공화당은 노스다코타와 인디애나 등 4개 지역에서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금융위기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오바마 후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은 230여년의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며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에 일대 혁명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