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공포감에서 모처럼 벗어났던 국내 금융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전날 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 협정 소식이 날아든 뒤 사상 최대폭으로 치솟았던 증시는 31일 하락 출발한 뒤 등락을 반복하다 결국 상승으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3일 만에 40원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금융시장이 화끈하게 분출한 휴유증으로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했다.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들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실물경제의 침체 우려가 여전해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접어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주가 상승..원화값 급락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사흘 연속 순매수에 나서면서 7거래일 만에 1,100선을 회복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폭락의 영향으로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41원 이상 올라 1,290원대로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8포인트(0.15%) 내린 1,083.14로 출발해 한 때 치열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졌으나 사흘째 이어진 외국인의 순매수와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어 상승폭을 키웠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에 증시와 환율이 기록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날은 증시가 환율 움직임에 따라 눈치보기 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인 177원 급락한 데 따른 피로감과 역외 세력이 매수세에 나서면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국가부도 위험이나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불식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과도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환율이 추세적으로 밑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과 미국 간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이후 한국물 외화채권에 대한 신용도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3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30일 기준 2014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는 전날보다 1.18%포인트나 폭락하며 4.28%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금융센터가 관련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5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은행들의 원화 유동성 사정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91물 환매조건부채권(RP) 입찰을 통해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을 약 1조원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가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급락한 연 5.98%로 마감했다.
◇ 실물경제가 고비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실물경제가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 국내 자본 경색에 대한 우려 등 두 가지 내부 리스크는 해소됐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가 올라갈 여력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리스크, 은행의 부실 우려, 실물경제 둔화 추세 등이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도 "국내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중견기업, 건설사, 은행 등에 대한 부실 위험 등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제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