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원화 유동성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또 정부의 은행채 매입 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은행들의 원화유동성 비율을 현행 3개월 기준 100% 이상에서 1개월 기준 100%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개정된 감독 기준은 이달 말부터 시행된다.
원화유동성 비율은 자산을 부채로 나눈 수치로 만기가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되면 은행들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양도성예금증서(CD)을 발행하거나 고금리 예금을 출시할 필요가 없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 원화유동성 감독 기준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기준 완화로 은행채 발행 수요가 줄어 시중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8월 말 기준 7개 시중은행의 원화유동성 비율이 13.5% 상승하고 유동성 여력도 40~50조원 가량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금융당국은 내년으로 예정된 국제결제은행(BIS)의 새 자기자본비율 협약인 바젤Ⅱ 의무화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바젤Ⅱ 적용이 의무화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위험가중치 부여로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날 국민연금이 채권 시장에서 1조4000억원 규모의 은행채를 사들이는 등 은행채 매입 작업도 시작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은행채를 저렴하게 사들이는 것은 자체 수익성 뿐 아니라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며 "은행채 매입을 통해 원화유동성 부족과 시중금리 상승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시중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고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으로 은행채 매입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13조원 가량으로 RP 방식을 통한 매입에는 문제가 없다"며 "한은이 은행채 매입에 나서고 금융당국이 유동성 관련 규제를 더 완화하면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