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정 문화재 명칭이 알기쉽게 바뀐다.
서울시는 문화재의 조성 연혁과 성격에 맞지 않게 명칭이 지어지는 등 변경 필요성이 제기된 시지정 부동산문화재 총 85건의 지정명칭을 올해 말까지 변경·추진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문화재 지정명칭은 지나치게 예스러운 표현으로 돼 있거나 잘 쓰이지 않는 한자들이 다수 섞여 있어 일반 시민들은 물론 문화재 전문가조차 문화재의 성격을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시는 우선 묘소·비석·나무·역사인물 집터 등 모두 31건의 문화재 지정명칭을 오는 30일부터 변경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올초부터 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와 각계의 의견수렴을 통해 명칭 변경을 추진해 왔다.
시에 따르면, '지덕사부묘소'는 '양녕대군 이제 묘역'으로 '청권사부묘소'는 '효령대군 이보 묘역'으로, '우암구기각자증주벽립'은 '우암 송시열 집터' 등으로 알기 쉽게 변경된다.
또 묘소에 묻힌 분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던 유형문화재 제50호 '양효안공신도비부묘소'도 '양효공 안맹담과 정의공주 묘역'으로 변경돼 세종의 딸인 정의공주와 부마 안맹담이 묻힌 묘역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바뀐다.
시는 이와 함께 문화재의 조성 연혁과 성격에 맞지 않게 지정명칭이 붙여져 해당 문화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에 대해서도 바로잡기로 했다.시기념물 제5호인 '손기정 월계관수'는 지난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받은 나무를 귀국 후 모교인 양정고교에 심은 것이지만 지정명칭은 '월계관수'로 돼있다.
때문에 시민들은 이를 시상식 당시 손 선수가 머리에 썼던 관의 나무를 꺾꽂이 해 번식한 나무로 오인하거나 나무 자체의 수종을 '월계수'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시가 국립과학원 분자유전연구실에 이 나무의 유전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수종이 '월계수'가 아니라 북미 원산의 '대왕참나무'(Qurercus palustris)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시는 추후 문화재 지정명칭 변경에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시는 문화재의 유형별로 지정명칭 기준을 마련했다. '구'(舊:옛)· '지'(址:터)·'유지'(遺址:터)·부(附:~와) 등의 딱딱한 한자 표현은 되도록 삭제하거나 '~터' 등의 한글화된 표현으로 바꾸기로 했다.
특히 유적에 대한 연혁 조사결과를 명칭 변경에 반영해 문화재의 역사성이 저정명칭에서 확연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문화재 지정명칭 개선을 통해 그동안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져 온 문화재가 시민들 곁으로 보다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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