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폭풍이 유럽 기업들의 숨통을 조일 전망이다. 전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신용위기가 금융권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유럽 기업들이 상당한 신용경색에 직면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라이폴드 국제통화기금(IMF) 유럽 담당 이사는 "금융위기 사태가 비금융사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유럽 기업들이 내년에 극심한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신용경색이 내년에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의 돈줄을 죌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자금경색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미국에 비해 신용 사이클이 다소 늦는다며 내년에 유로존의 신용경색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로존 경제 역시 전체적인 침체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유럽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2%로 하향했다.
사진: 신용위기 여파로 내년 유로존의 신용경색 사태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진은 유럽중앙은행 전경 |
내년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0.6%로 절반 이하로 낮췄다.
영국 역시 중앙은행 총재가 공식적으로 경기침체에 들어섰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놨다.
머빈 킨 영란은행(BOE) 총재는 이날 영국 경제가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함께 침체 위험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성장률도 내년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됐다.
BNP파리바는 내년 유로존이 0.3%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 1.7%에서 0.3%의 6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고 프랑스는 올해 0.9%에서 0.5%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내년 제로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용폭풍이 휘몰아치면서 실물경제의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고용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FT는 독일과 프랑스의 실업률은 내년 8%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스페인의 실업률은 14%까지 치솟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라이폴드 이사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며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간 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까지 하락하는 등 상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물가 압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물가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라이폴드 이사는 내다봤다.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현재 3.75%를 기록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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