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대기업 그룹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경영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터져 환율 급등락과 주식시장 침체로 이들 대기업들이 수익성악화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은 각 계열사별로 위기경영 시나리오를 긴급하게 시행하는가하면, 태양광에너지, 바이오부문, LED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섰고, 현대기아차는 각 지역별.국가별 전략형 모델을 개발에 나섰다. SK는 거시경기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상황별 시나리오 플래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의 경우 구본무 회장이 직접 나서 위기관리경영을 당부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정도 극복되더라도 세계적으로 실물경기 침체가 불가피한만큼, 당분간은 대기업 그룹들이 비상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전경련 차원의 범경제계 위기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M&A ∙차세대 먹거리 개발이 최우선
삼성은 ‘제2의 창조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반도체, LCD, 휴대폰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부문을 집중 육성시키는 한편, 비메모리, 태양광, 바이오 부문과 같은 차세대 먹거리 분야 개척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이른바‘투 트랙 신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나서지 않았던 글로벌 인수합병(M&A)에 나선다는 방침아래 모든 계열사에 시장조사와 자금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총 261조원(2006년 말 기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50조원에 이르고 필요할 경우 외부 차입도 병행할 수 있어 기업인수합병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비메모리 업체인 트랜스칩을 인수했다. 현재 메모리 1위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 인수도 추진중이다. 삼성물산도 올 1월 일본 철강업체인 묘도메탈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 산업 등 ‘전혀 새로운 영역’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소형차 위주로 신흥시장 공략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가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위기관리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같은 경영환경 악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때”라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국가 및 지역별 전략형 모델 개발’을 주문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제조업 분야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다변화시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금융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설정했다.
이에 자동차 금융회사인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과 지난 2월 인수한 HMC투자증권을 연계하는 금융 특화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자동차-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할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SK, 시나리오 플래닝 박차
SK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에 따른 상황별 대응책인 ‘시나리오 플래닝’에 초점을 맞추고 각종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14일 SK그룹 관계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글로벌 불경기를 상황별로 분석해 개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라며 “올초부터 시행해왔지만 최근들어 좀더 상세한 분석과 대응책으로 전사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실물경제는 물론 경영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며 “계열사별로 시나리오 플래닝 체제에 돌입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조건”이라며 “세상의 변화속도보다 느리면 도태된다”고 강조했다.
SK는 이달말 열릴 CEO세미나에서 대내외 경영환경의 총체적 점검을 통해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LG, ‘고객가치 경영’으로 위기극복
구본무 LG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임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관리경영’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에서 비롯된 전세계 경기침체로 (우리의) 하반기 사업이 상반기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욱이 글로벌시장의 소비 둔화가 단기간 내에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시 환율,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보다 철저히 대비하고, 시장성장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해 줄 것도 지시했다.
이에앞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11일 정부가 주최한 그린에너지 발전전략보고회에 참석해 그룹이 장기적으로 나갈 신성장 동력은 LED와 태양전지 등 ‘친환경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재붕, 박용준, 김준성, 최소영 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