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의 기소로 인해 침체에 빠졌던 삼성그룹이 최근 경영안정화를 꾀하면 재도약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현재 국내 산업계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에서 출발한 전 세계로 확산된 금융위기 쓰나미로 인해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기대처에 약한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비명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환헤지를 위해 가입했던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물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좌불안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 전 회장이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음에 따라 경제위기에 침착하게 탈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론 앞으로 대법원 상고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삼성그룹은 이번 이 전 회장의 집유 판결로 인해 대대적인 임원인사, 조직개편 등을 통해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확실한 국내외 경영환경에 적극 대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우선 올 해말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 각 조직에 대규모 ‘새 피’를 수혈할 계획이다. 특검으로 인한 사기가 저하된 그룹 전체의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이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했지만 기존의 전략기획실 같은 그룹 전체를 지휘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부서가 없어 전략위기대응 능력 등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해외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예로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1위 플래시메모리카드업체인 미국 샌디스크 인수에 공개적으로 나섰다.
현재 가격문제로 인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지만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에 결국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 전 회장의 기소로 인해 하락한 그룹이미지 개선과 경영안정화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비교적 재무구조가 든든한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자 등을 중심으로 금융위기 여파로 기업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 또한 자사주를 싸게 매입해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경영권을 안정시키고 기업 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또 국제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며 계열사별로 위기대응 전략 강구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최근 개최한 사장단회의에서 금융·실물경기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 받고 계열사별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집중 논의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사장단협의회에선 글로벌 금융위기가 내년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진단하고 계열사별로 독자적인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경영체제 가동 여부와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해 앞으로 경영안정화와 공격적 경영을 실현할 뜻을 내비쳤다.
박용준 기자 sasor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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