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환율이 하루 만에 59원 이상 치솟으면서 1300원대로 올라서자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지난 3거래일 동안 무려 140원 이상 오른 셈이다.
마치 천장이 뚫린 것처럼 환율이 연일 폭등하면서 시장에서는 단기간 내에 1500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환율 급등이 투기 세력에 의한 시장 왜곡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감독당국 차원에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패닉 현상이 심각한 만큼 환율 상승폭을 제한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하루새 59원 폭등…외환시장 공포 확산 = 7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9.10원 오른 1328.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2년 4월12일 1332.00원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것은 예견됐다. 전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4년 만에 1만을 밑돌면서 폭락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인 FTSE100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이 시행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실효성도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증시 폭락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달러 수요가 폭주한 것이 이날 환율을 끌어올린 원인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계속 오를 수 있다"며 "조만간 1500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 상황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33조원 가량을 순매도했으며 지난 9개월 동안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도 142억달러에 달하는 등 경기 둔화세도 완연하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심리가 워낙 강한데다 뾰족한 대책도 없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의 환율 폭등이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 왜곡일 가능성을 의식하고 감독당국에 점검을 지시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대외여건 변화에 국내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고 있어 투기세력 개입을 의심할 만한 냄새가 난다"며 "상황이 어렵지만 국내 외환보유액과 외채 규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위기 진화에 나섰다.
◆ 실물경제 전이 땐 위험, 변동폭 제한해야 =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시장 상황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지난 외환위기가 경제 침체와 정부의 외환관리 부실에 의해 초래된 반면 이번 위기는 글로벌 신용경색에 기인한 면이 크다는 것이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달러 유동성 부족은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겪는 문제"라며 "외환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 외환딜러는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이번 달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미국의 구제금융안이 가동되면 환율도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당장의 상승폭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시적인 조치는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환율이 폭등세를 지속할 경우 물가나 금리, 부동산 등 실물경제 전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달러를 사기 위한 원화 투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환율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참가 기관을 늘리고 유로화나 엔화 등의 거래를 허용해 원·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와 동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매도 개입보다는 환율 변동폭을 제한하는 등의 일시적인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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