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이 없다"...글로벌 증시·외환·금리 '요동'

2008-10-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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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2800조원 허공으로 사라져 국제유가 80달러선 진입 연준, 0.75%포인트 금리인하설

사상 최악의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일까. 전세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금리마저 신용위기의 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이같은 자본시장의 패닉이 이어질지 여부도 알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증시 하룻새 2800조원 증발...다우 4년만에 첫 1만선 붕괴=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법이 발효됐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지난주에 2001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던 S&P500지수는 6일(현지시간) 3.9% 하락하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다우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인 1만선마저 내주고 말았다. 이날 다우지수는 370포인트에 달하는 낙폭을 기록하며 9955.50으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가 1만선이 붕괴된 것은 4년만에 처음이다.

이날 미국증시가 4주 연속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것은 구제금융안 발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와 유럽증시가 초토화된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사진: 6일 미국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유럽증시는 그야말로 '검은 월요일'의 악몽이었다. 영국 FTSE100지수는 8% 가까이 폭락했고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30지수 역시 각각 9%와 7.1%의 낙폭으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원자재 강국'으로 도약하던 러시아증시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증시의 달러화 표시 RTS지수는 19.1% 빠졌다. 장중에는 주가 급락으로 거래가 중단됐다.

유럽의 주요 18개 증시가 일제히 초토화되면서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7.6% 급락한 241.60을 기록했다. 지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일 아시아 주요 증시까지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이날 하루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2조2000억달러(약 2800조원)라는 엄청난 돈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누플리제 OBC 애셋 매니지먼트의 엠마뉴엘 수프레 펀드매니저는 "마치 대형 화재와도 같다"면서 "전체 경제가 무너지기 전에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금시장 '패닉'...돈 구하기가 '별따기'=신용폭풍이 '금융쓰나미'로 확산되면서 자금시장 역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무릎을 꿇어가며 통과시킨 구제금융법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돈이 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간 대출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시장의 유동성을 가늠하는 익일물 리보(런던은행간금리)는 이날 0.37%포인트 오른 2.37%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3개월 리보 역시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3개월 리보와 익일물 초단기대출금리(OIS)간 스프레드를 의미하는 리보-OIS는 2.98%포인트로 확대되며 사상 최고 수준에 다가섰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리보-OIS는 1.29%포인트와 0.81%포인트였다.

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은 달러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로 시장 역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3개월물 유리보(유로은행간금리)는 0.01%포인트 오른 5.35%를 기록하며 7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개월물 유리보 역시 5.15%를 기록하면서 5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다.

아시아 자금시장 역시 만만치 않다. 홍콩 은행간금리를 의미하는 하이보가 0.04%포인트 상승해  3.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0일 이후 최고치다.

방코 BPI의 자비에르 바리오 주식 세일즈 부문 책임자는 "금융시장의 패닉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 바닥 없는 추락...유럽 경제 불안 가중=외환시장 역시 그야말로 매일 '폭풍전야'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6일 유로 가치는 달러와 엔에 대해 급락했다.

특히 유로/엔 환율은 지난 1999년 유로 도입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영향이 달러보다 오히려 유로에 더욱 크게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유로/엔 환율은 전일 대비 6.7% 폭락한 135.33엔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 역시 4.55% 빠진 100.52엔으로 거래됐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서도 급락하면서 유로/달러 환율은 1.3468달러로 전거래일 대비 2.2% 하락했다. 

브래드포드 앤 빙글리(B&B)를 비롯해 하이포 리얼 이스테이트, 포르티스 등 유럽 거대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유럽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유로의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을 물론 프랑스와 스페인 등 주요 국가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도 유로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ANZ 내셔널 뱅크의 알렉스 신톤 선임 외환딜러는 "유로존이 미국에 이어 도미노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80달러선 진입=신용폭풍에 대한 불안감은 국제유가 역시 80달러선으로 끌어내렸다.

국제 유가가 8개월만에 배럴당 80달러대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6.07달러(6.5%) 하락한 87.81달러를 기록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사진: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미국 댜수지역에서 휘발유 경유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뉴저지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갤런당 2.97달러에 팔고있는 모습

금융위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실물경제 악화가 지속되고 이는 다시 상품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주요 상품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요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 지수는 5%가 넘게 하락했다.

UBS의 던칸 울드리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경제성장률이 내년 6.1%에 그칠 것"이라면서 "이는 기존 전망치 6.9%에 비해 낮은 것으로 현재 아시아 역시 침체와 같은 상황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中銀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연준 0.75%포인트 인하설 ↑=글로벌 자본시장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을 비롯해 정책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확실성을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은행 대출시스템인 `기간입찰대출(TAF)` 규모를 연말까지 9000억달러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에 비해 두배로 확대한 것으로 극심한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연준은 설명했다.

연준은 먼저 이날 실시되는 대출기간 24일과 84일물 TAF의 규모를 각각 1500억달러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보다는 금리인하라는 보다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선물을 통해 투자자들은 오는 29일 개최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의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맞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목표금리는 현행 2%에서 1.25%로 낮아지게 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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