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한나라당은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은 소수의 무차별적인 인신공격과 유언비어 확산의 피해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사이버 모욕죄 처벌 및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이른바 ‘최진실법’ 도입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인터넷의 악성 댓글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속에 자율적인 정화기능을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며 “최씨 자살사건을 빌미로 여당이 인터넷 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익명성 뒤에 숨은 언어적 폭력의 심각성이다.
악플이라는 인터넷 문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이버 테러‘수준을 넘어 ’사이버 살인‘에 까지 이르렀다.
톱스타 최씨의 충격적 자살 소식은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대상을 가리지도 않는다. 특히 인기에 민감한 연예인의 경우 ‘악플’의 노이로제는 그 정도를 뛰어 넘는다. 영화배우 이은주,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에 이어 이번엔 최진실이 제물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정선희 투신자살', '안재환 사채 관련 서류가 최진실 노트북에서 발견됐다'는 등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떠돌면서 여론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법상 처벌 수준은 너무 미약하다.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에 의한 범죄일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은 벌금형으로 그쳤다. 실형 선고 비율도 전체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누리꾼들의 의견도 찬반이 팽팽하다.
아이디 '오홍어흥'은 다음 아고라에서 "거짓도 진실로, 진실도 거짓으로 만들어 버리는 등 악플이 인터넷에서 청부 살인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악플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디 '기행사랑'은 "최진실씨의 죽음을 핑계로 인터넷 소통공간을 통제하려는 행위는 누리꾼의 자정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최진실법을 만들어 보자는 한나라당의 한심한 작태에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살인’의 심각성을 인정한다면 이제는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최소한의 인터넷 문화 정화 작용을 위해 ‘실명제와 악플러에 대한 처벌 강화’ 등 근본 문제 해결에 당장 나서야 한다.
‘자율 정화’의 기준이 될지 ‘과잉 규제’가 될지 누구도 자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대로 네티즌의 손에 맡겨 두기에는 너무 피해가 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가 나서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 줄 것을 간곡히 요구한다.
윤용환기자happyyh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