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5년만에 최고치…기업들 달러 확보에 총력

2008-10-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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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폭등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달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23.5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 2003년4월25일 1,237.80원 이후 5년5개월만에 최고치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한 이유는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도 7,000억 달러를 부실금융기관 인수에 쓰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지만, 미국의 금융위기가 경기 둔화마저 가속화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실물경제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은행들이 달러를 묶어두면서 달러 품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도 달러 유동성 확보 및 수입대금의 원활한 결제를 위해 달러 보유고를 늘리는 데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상승에 가장 크게 피해입는 업계는 바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

물론 항공사들도 환율상승에 대비해 미리 환 헤지(환율상승에 대비해 미리 일정한 금액으로 달러를 구입해 놓은 것)를 해 놓지만,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가히 천문학적일 수 밖에 없는 게 항공업계의 특성이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하루에 환율이 30원 오를 경우 약  1,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수입대금으로 당일 지급하고 있는 전자업계는 원-달러 환율변동에 크게 민감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업체 인수나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중인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에 대비, 달러화 축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플래시메모리카드업체인 미국 샌디스크 인수에 나선 삼성전자의 경우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는 소문마저 시장에 돌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대규모 해외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어서 이미 보유중인 달러만큼은 ‘지키기’ 전략을 취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달러 유동성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지만, 최근 환율상황이 불안정하다고 판단, 원화와 달러 보유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등 종합상사들의 경우 달러화로 매일 거래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선물환을 걸어 환율변동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종합상사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달러 품귀현상에 대비, 이미 확보한 달러는 즉각 환전하기보다는 일정기간 보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철광석 등 원료를 100% 수입하고 있는 포스코의 경우 환율상승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포스코 역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수입대금으로 바로 결제하고 있다.

조선업체들도 선박을 건조해주고 받는 달러 수익과 원자재 구매에 소요되는 달러 지출 모두에 대해서 선물환 헤징을 하면서 환리스크를 피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유통업계도 최근 해외진출에 나서면서 달러화 등 해외자금 조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이달 중순 약 3억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FRN)을 발행, 달러화를 끌어들일 예정이다.

신세계도 지난 8월 국내 5개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약 3000억원 가량을 달러화로 차입하는 등 달러화 확보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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