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행들의 대출 거부로 신용경색에 따른 미 실물경제가 당분간 불안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구제금융 법안이 지난3일(현지시간)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 전반을 둘러싼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대출 거부로 시중에 돈이 말라 기업 및 일반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는 등 신용경색에 따른 실물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주간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대출하는 금액이 949억달러 줄었으며 지난 3주간 전체 대출금액은 2080억달러 감소했다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일에는 3달만에 정부의 만기채권 비율이 0.6% 감소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원금손실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낮은 수익률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의 단기 자금 조달에 주로 사용되는 '기업어음(CP)' 역시 자산 규모가 지난 여름에는 2조2000억달러에 달했으나 최근 1조6000억달러로 감소했다.
이처럼 CP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 대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침에 따라 투자자들 또한 불안에 떨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신용위기가 유럽의 금융분야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포르티스를 비롯해 브래드포드 앤드 빙글리(B&B), 벨기에ㆍ프랑스 합작은행인 덱시아 등에 거액의 공적자금을 투입된 것이다.
스위스 보험회사인 쥬리쉬 금융서비스는 최근 리만브라더스를 포함한 부실은행들에 의해 발행된 채권으로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던 시그마에 2억7500만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같은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은 미국증시는 물론 글로벌증시가 급락하는 등 증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출과 채권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도 여전한 신용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투기등급 채권의 가격은 지난달 7%로 폭락했다. 이른바 투자에 적합치 않은 '정크 본드'시장은 지난달 20년내에 가장 크게 감소한 셈이다.
정크본드 금리는 연기준 15%를 넘고 있다. 이는 3개월 전 11%에서 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금융정보체 딜로직에 따르면 '신디케이트' 형식의 대출은 올들어 9월까지 40% 감소해 2조31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불안이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용경색 사태로 인해 금융권이 대출을 거부하고 이는 다시 기업 및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로 이어지는 등 실물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폭풍 사태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15만9000개가 감소했다. 이로써 미국 고용시장에서 일자리수는 1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한 셈이 됐다.
미국의 9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6.1%를 기록했으며 올들어 사라진 일차리는 76만개에 달했다. 이는 2003년 3월 이후 최대치다.
PNC파이낸셜 서비시스 그룹의 로버트 다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9월 일자리 감소는 8월까지의 한 달 평균 감소 수 7만5000개에서 두 배로 늘어난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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