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금융 합의안 도출..29일 하원, 내달 1일 상원 표결

2008-09-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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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내달 1일 표결 유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의회 합의안이 마침내 도출됐다. 미 의회는 28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행정부가 요청한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29일 하원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160쪽에 달하는 합의안의 골자는 행정부가 요구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수용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의 부실 모기지 자산 구입을 가능하도록 했다.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합의에 성공하면서 신용폭풍으로 위기에 몰린 은행권이 여신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됐으며 신용경색 사태 역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두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는 전일 정부측과 밤샘 협상을 벌였으며 이날 새벽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합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미 의회는 납세들의 잠재적인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조건을 추가했다. 

   
 
사진: 미국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사진은 28일 기자들 앞에서 구제금융 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주요 의회 지도자들. 왼쪽부터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 해리 라이드 민주당 원내 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크리스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

29일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상원 표결은 다음달 1일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의회는 합의안을 통해 7000억달러를 단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했으며 먼저 2500억달러를 즉각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000억달러는 승인을 위해 대통령이 필요성을 입증하도록 했다.

구제금융안의 나머지 절반 3500억달러의 집행은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며 의회는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대통령 역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의회는 재적 3분의2 이상의 반대가 없는 한 나머지 공적자금 투입을 승인하게 된다.

공화당측은 정부가 부실 주택대출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보증을 서도록 하자고 해 협상이 진통을 겪었으며 민주당측이 이를 수용해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인수 대신 보증을 서기로 함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 규모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점자금 투입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구제금융 시행 5년 뒤 보전 방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고액연봉 논란이 일었던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보수 제한이 포함됐다. 공점자금이 투입되는 금융회사의 경영진은 퇴직보너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의회는 3억달러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회사에서 50만달러 이상의 보수를 지급할 경우 중과세 처분을 받도록 했다.

구제금융 합의안에는 구제대상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황금낙하산 금지`안이 포함됐으며 재무부의 구제금융 활동 감시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연방주택금융국(FHFA) 국장, 주택도시개발국장 등이 참여하는 감시 위원회가 설치된다.


합의안에 따라 정부는 구제대상 금융회사의 주식매입권(워런트)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제안한 모기지유동화증권(MBS) 보험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회사가 부실자산 규모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했다. 

의회의 합의안에 대해 양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구제금융법안에 대한 조속한 의회 통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구제금융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쟁이나 의료개혁과 같이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부실자산 매입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될 경우 그 자산을 처분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을 밟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능력이 구제금융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자금 회수 능력에 따라 구제금융의 목적 달성과 납세자 부담 축소가 실현 가능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부실자산 매입가격 산정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사상 최악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대공황 이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용위기 사태로 금융권의 부실자산 가치가 급락한 상황이지만 정확한 가치 산정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실자산을 매입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미국 국민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구제금융 마련 단계부터 불거진 '모럴헤저드'에 대한 비난이 더욱 확산될 수 있음을 물론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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