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에게 마일리지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잡아두기 위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긴 하나, 빚이나 마찬가지여서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이다. | ||
그러나 일종의 빚이나 마찬가지인 항공 마일리지 보상비용(마일리지 충당금)이 매년 수 백억원에 달할만큼 적지않은 금액인데다, 이 금액이 매년 차곡차곡 쌓이다보니 마일리지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항공사 입장에서 마일리지 충당금은 실제로 지출되는 비용이 아님에도 불구, 재무제표상에는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항목으로 비용 처리할 수 있어 마일리지 충당금을 타 용도로 전용(轉用)할 개연성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고객유치를 위해선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고, 고객 입장에서는 잘 활용하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항공 마일리지제도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항공 마일리지란 해당 항공사나 제휴항공사, 그리고 다양한 제휴사(신용카드, 호텔, 렌터카, 식당, 핸드폰 등)를 이용하면 보너스로 마일리지를 적립받아, 적립 마일리지로 다시 항공권을 구입한다든지 다른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제도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1984년부터 ‘스카이패스’란 명칭으로 제도를 운영중이며, 아시아나항공도 ‘아시아나클럽’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금까지 ‘스카이패스’ 회원수가 약 1,3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회원들이 가입된 상태다. 그 만큼 고정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대신 마일리지의 유효기간 없이 평생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온 탓에 그동안 적립된 마일리지가 소진이 안되면서, 항공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이에따라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안고 있는 마일리지 총 누적치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측은 마일리지 총 누적실적 공개요청에 대해 ‘영업상의 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단지 상장된 항공사일 경우 상장법에 의거, 재무제표에 해당 공시대상 기간동안 비용으로 책정된 마일리지 보상비만 공개할 뿐이다.
국적 항공사들에게 마일리지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외국 항공사들의 경우 마일리지에 대한 부담을 일찍이 깨닫고 마일리지 유효기간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마일리지 소진책들을 펼쳐 왔지만, 국적사들은 최근에서야 이런 제도들을 도입하는 등 늑장대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더우기 그동안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평생 보장되다보니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실적이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쌓인 전체 마일리지에서 소진되는 마일리지 비율이 약 60% 수준이며, 아시아나항공은 이 보다 더 낮은 약 2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마일리지 충담금 연간 수 백억원씩 달해
대한항공의 경우 올 1/4분기까지 마일리지 충당금으로 그동안 지출된 누적 비용이 총 1951억원(올 1/4분기 기준)에 달한다.
연도별 마일리지 누적 충당금액은 2003년에는 772억원, 2004년 1094억원, 2005년 1452억원, 2006년 1688억원, 그리고 작년에는 1784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한해동안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보상비로 책정한 금액은 154억원, 그리고 전년도에는 159억원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일종의 보너스항공권인) 항공 마일리지는 손님에게 여유 좌석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부채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지, 완벽한 부채(빚)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총 606억원이 마일리지 충당금으로 나갔다.
각 연도별 누적실적은 2003년 172억원, 2004년 305억원, 2005년 375억원, 2006년 512억원, 2007년 605억원 이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항공 마일리지가 회사 재무상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항공 입장에서 마일리지는 보수적인 회계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재무상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항공 마일리지는 고객들의 재탑승을 유도하기 위한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부채(빚) 성격도 담고있어, 항공사 입장에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자 '필요악' 인 셈이다.
항공사들은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 항공사 마일리지 소진책 쏟아져
최근들어 국적항공사들은 적립된 마일리지를 소진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급증하는 마일리지 충당금에 대한 대책 강구 뿐 아니라, 적립 마일리지를 통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개발하기 위해 마일리지 전담 독립사업부까지 만들어 운영할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또 내달부터 기존의 마일리지 개념을 대폭 확대한 새로운 개념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방식을 도입한다.
다음달부터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 구입 뿐만 아니라, 쇼핑, 영화관람, 기내면세품 구입, 패밀리 레스토랑 이용, 놀이공원 입장, 핸드폰 구매시 할인 등 일상생활에서도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폭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5일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강주안 사장과 현대자동차, KTF, CGV, 메가박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17개 제휴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개념의 ‘아시아나클럽’ 제휴식을 맺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오는 10월부터 그동안 평생 보장했던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5년(골드회원 이상은 7년)으로 하는 마일리지 유효기간제 도입을 골자로 한 마일리지 운영방식의 개편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관련 대한한공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항공 이용객이 과거보다 훨씬 늘어났기 때문에 그만큼 혜택도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라며 "그동안에는 유효기간이 평생 보장됐기 때문에 마일리지가 얼마나 쌓였는 지도 모르는 고객들도 많았으나,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