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중국이 포스트올림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멜라민' 사태가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일부 업체들의 부도덕한 상행위로 불거진 멜라민 사태는 중국을 넘어 전세계로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올림픽으로 전세계인들에게 어필한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멜라민 파동으로 모두 사라졌다는 평가도 출현하고 있다.
멜라민 사태의 발생지는 중국 간쑤성. 지난 9월 싼루그룹에서 제조한 분유를 먹은 영아 1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신장결석 증세를 보인 것이 발단이 됐다.
사진: 중국 멜라민 분유 소동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008년 9월 21일 베이징 아동병원에서 공업용 원료 멜라민에 오염된 분유를 먹고 병든 한 어린이를 방문하고 있다. |
분유 뿐만 아니라 요구르트를 비롯한 유제품과 빵, 과자, 사료 등 주요 가공식품에도 중국 멜라민이 드리운 공포의 그림자가 뻗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중국 당국이 지난 12월부터 멜라민 사태의 조짐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욱 확산됐다.
이같은 소식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국제사회는 중국에서 식품 안전을 감독한 기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트뢰드손 중국사무소 대표는 "중국의 완벽한 식품안전체계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세계식량기구(FAO)의 장중쥔 중국사무소 부대표는 "중국 식품안전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관련 부처간 협력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직면한 가장 문제는 무엇보다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다.
이미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까지 멜라민 사태는 퍼진 상태다.
중국 국가질량총국이 '명품'으로 지정한 멍뉴, 광밍, 이리 등 주요 업체들이 주범이라는 사실에 멜라민 사태의 충격이 더하고 있다.
국가질량총국은 자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중국명품'을 선정해 1975개의 '중국명품'과 10개의 '중국이 만든 세계명품'을 탄생시켰다.
사진: 중국3대낙농회사분유제품10%독성물질함유 중국3대 낙농회사 분유를 샘플조사한 결과 10%가 멜라민함유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중국 식품감시기구가 밝혔는 데 사진은 톈진독성물질함유분유가 회수돼버려 텅비워져있는 수퍼마켓 선반. |
중국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멜라민 분유 파동 중 중국 고위관료들을 대상으로 특별식품이 제조되고 있어 계층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 30년을 맞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연초부터 쓰촨 대지진을 시작으로 티벳 사태와 멜라민 파동까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이끄는 중국 지도부의 부담이 날이 갈 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산 명품은 멜라민 사태로 더이상 힘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 중국 경제 전체에 '멜라민 후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올림픽이 끝난 후 투자 위축과 전세계적인 신용폭풍 사태의 영향력이 본격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중국 경제에 멜라민 파문이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멜라민 사태는 여전히 진정되기는 커녕 다른 식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 식품안전센터는 중국 네이멍구 소재 리청이 제조한 건조우유에서 기준치를 넘는 멜라민이 검축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홍콩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산 초콜릿 쿠키 3가지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식품안전센터는 설명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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