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먼 브라더스의 유럽 및 중동법인을 인수한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의 전경. |
최근 금융위기의 폭풍이 전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및 중동에 퍼져있는 주요 기업들이 신용위기 사태의 제물로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의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미국 투자은행들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으며 미국이 장악했던 패권을 쥐게 된 일본 금융기관에 의한 맹공격은 점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법인을 2억2500만달러(약 2600억원)에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하루만에 유럽 및 중동법인 마저 인수를 완료했다.
이처럼 미국발 금융위기의 혼란 속에서 헤게모니를 부여잡은 아시아 자본들이 금융시장을 재편하고 신용구조를 다시 재정립하는 등 금융시장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리먼 사태로 인해 영국과 러시아의 기업들도 줄줄이 파산위기에 처해있어 총체적인 난국이 지속되고 있다.
영국 은행 뿐 아니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은행 등 신흥국가 금융사나 일반 기업들이 부도 위험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FT는 최근 경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네프 대통령은 증시부양과 오일세금 감축등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2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 있는 은행평가기관인 러스레이팅은 "1200여개 러시아 은행이 부도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대형은행 로이드 TSB의 경우 주택시장 침체로 경영난에 시달려 온 핼리팩스뱅크오브스코틀랜드(HBOS)를 총 122억파운드(약 26조 3400억원)에 인수키로 합의하는 등 유럽 기업들 간의 인수 합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에 노무라는 리먼의 사업부를 대거 인수하는 등 전세계의 M&A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노무라와 함께 리먼 인수에 뛰어들었던 영국 바클레이즈가 협상에서 빠진 후에 노무라는 리먼의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리먼 런던지점의 파산 관리를 맡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독점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PWC와 노무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라의 리먼 인수 계약에는 네덜란드, 카타르, 두바이, 쿠웨이트,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러시아 등의 투자은행과 주식 사업망, 내부 조직 전부를 포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양사의 인수 계약에는 10개국에서 전개하고 있는 유럽·중동 사업 가운데 주식 매매와 인수·합병 조언을 담당하는 투자은행 업무 등의 주요 사업 부문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인수 계약에는 위험 부담이 큰 거래 자산이나 부채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라의 와타나베 겐니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상으로 세계수준의 아시아 투자은행이라는 전략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럽을 비롯한 국제적인 범위까지 확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미국법인을 제외한 10개국의 리만브라더스사업체가 노무라 홀딩스로 넘어갔다. |
지난주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라더스는 그동안 4%의 투자 수익을 벌어들였으며 업계에서 9위 순위였던 반면 노무라는 0.7%의 시장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25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법인을 제외한 전세계 리먼 지사를 인수한 노무라가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한편 노무라는 유럽과 중동 법인의 투자은행, 주식영업 사업부에 리먼 직원 2500명의 고용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가 유럽과 중동 지역내 자산관리와 투자금융, 상업은행 분야에만 1960명의 직원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겹치는 인원은 최소인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노무라는 향후 리먼의 사업기반을 대거 인수함으로써 유럽 및 중동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써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특히 유럽과 중동지역의 고객망을 이용해 세계 각지의 주식 매매와 대형 인수 합병의 실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리먼의 유럽과 중동에서의 사업은 지난2006년 12월부터 2007년 11월까지의 영업 수익이 6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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