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흐림'...CEO 뚝심으로 극복한다

2008-09-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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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들이 올 4분기 ‘수출’과 ‘내수’, ‘생산’ 모두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실적 예상에 울상이다.

3분기도 고유가 덕에 ‘수출’만 성장세를 보였으나 ‘내수’와 ‘생산’은 형편없는 실정이다.

2분기 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놓고도 전전긍긍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당시 국내 4대 정유사 CEO는 고유가로 고통받는 서민들 앞에서 정유업계만 배불리 먹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유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바 있다.

내수가 아닌 수출로 얻은 소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고유가 고통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공동선언문’도 발표하며 1000억원의 기금으로 에너지 소외계층과 효율제고, 절약운동 지원 등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CEO의 리더십은 어려울 때 빛을 발한다. 2분기 때는 정유업계가 타 업종에 비해 최상의 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엔 최악이다. 위기상황에서 정유사 CEO들의 하반기 리더십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

신헌철 SK에너지 대표이사 부회장은 ‘마라톤과 같은 성실경영’을, 허동수 GS칼텍스 대표이사 회장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척도로 하는 정도(正道)경영’을,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은 ‘감성과 감동에 바탕을 둔 혁신경영’을 강조했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Ahmed A. Subaey) 에쓰-오일 대표이사 사장(48)은 취임한 지 6개월째를 맞고 있으며 취임 전부터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틈틈이 한국어도 익히는 등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각종 지킴이 경영을 펼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이런 마라톤에서 얻은 교훈으로 평소 임직원들에게 ‘성실’을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마라톤에서 너무 욕심을 내고 달린 사람은 절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다”며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 결승점의 환희와 좋은 경영실적은 모두 고난의 역정에서 얻을 수 있다”며 “남들이 뛰는 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에 기록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일도 속임수나 허세를 부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신 부회장과 달리 오너 일가에서 자라면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공백기간 없이 엘리트코스 교육을 받으면서 화학공학의 전문분야를 키워왔다.

허 회장은 “평소 의사결정을 할 때 역지사지를 중요척도로 삼고 ‘정도경영’을 추구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활동이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회의 때는 임직원의 의견 하나 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고 경청하면서 일일이 챙긴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매일 9시까지 출근해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긴다. 회사의 재무·인사는 물론 석유화학 관련 산업 트랜드와 기술, 신사업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확인한다.

위기에서 회사를 살려낸 서 사장은 신 부회장과 허 회장과는 또 달리 ‘혁신’을 강조하는 현장파다.

그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면서 “위기에 빠져 들지 않고 지속적 경영성과를 올릴 수 있으려면 중단없는 경영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서 사장은 2002년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회사가 적자투성이로 위기상태 그 자체였다. 2001년 3312억원 적자(당기순손실)에서 1년 만에 500여억원 흑자로 바꿨고 해마다 연속 흑자경영을 펼쳤다. 혁신을 축으로 움직여온 서 사장의 뚝심이 묻어나는 사례다.  

CEO들의 이같은 투지가 하반기 정유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을 어떻게 걷어낼 지 주목받고 있다.

SK에너지는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76.7% 증가한 12조1098억원, 영업이익은 33.4% 늘어난 5324억원을 올렸지만 하반기 표정은 신 부회장의 경영철학처럼 성실경영이 묻어난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영전략에 대해 “우리 회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공격적 투자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기조를 갖고 있다”며 “고도화 설비 투자를 지속하고 고유가 상황을 타개하는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자원개발에 올해 최대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사업환경은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원유가격이 심하게 출렁대고 있어서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적 경영전략을 확정 짓기보다 제반 경제지수들의 동향을 신중히 살피면서 단기적 대응 위주로 경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S칼텍스는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분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9조5251억원,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증가한 7659억원이다.

GS칼텍스는 2분기 때 3대 정유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글로벌 경제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 회장의 ‘정도경영’ 철학 앞에서는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크게 3가지 정도로 하반기 전략에 접근하고 있다”며 “해외수출을 확대하고 환헤지로 환차손을 줄이며 정유사의 주수입원인 중질유분해시설에 투자비중을 늘려 추가수입을 확대해 가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서 사장이 취임할 당시도 불필요한 비용을 수천억원 줄여 경영효율에 대비한 것처럼 하반기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 등 불안한 국제정세로 정유 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율방어를 위해 환율 헷징을 적극 시행하고 생산성이 담도되지 않는 불필요한 비용은 최대한 절감하는 등의 자구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2분기 매출액은 6조5318억원, 영업이익은 7076억원, 순이익은 37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80.3%, 영업이익은 116%, 순이익은 44.6% 각각 증가한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기위축과 유가변동, 환율변동 등 하반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환차손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각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한 관계자는 불투명한 하반기에 “국내 최고 수준의 고도화 시설(분해시설만 25.5%)을 바탕으로 단순정제마진에 비해 높은 크랙마진(복합마진)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며 “국내 보다 해외수출에 보다 주력해 전체 판매물량의 60%이상 미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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