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기준 '6억→9억원' 상향…시장반응은 '글쎄'

2008-09-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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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종부세 기준 9억원 상향 합의 "대출규제 완화 없으면 효과 없어"

정부와 한나라당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부세 개편이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부세 개편이 시장에 시사하는 바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출규제가 현존하는 데다 금리마저 치솟아 종부세 완화만으로는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종부세 완화에 따른 혜택이 고가주택 밀집 지역인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로 집중돼 '강부자'를 위한 세제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종부세 개편 방향·수혜대상은 = 정부와 한나라당이 22일 종부세 개편과 관련한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내용은 우선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행 기준시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인 것이다. 아울러 종부세 세부담 상한선도 전년대비 300%에서 150%로 완화했다.

다만 현행 세대별 합산 과세인 종부세를 인별 합산으로 개편하는 방안은 합의 내용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9ㆍ1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과표 적용률을 지난해 수준(80%)으로 동결하고 세부담 상한선을 현행 300%에서 150%로 하향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바뀐 내용을 올해 종부세 부과분부터 적용키로 했다. 정부는 23일 종부세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1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전국에 58만가구(4.3%)로 집계됐다. 하지만 9억원 초과 주택은 21만가구(1.5%)로 종부세 부과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되면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인 주택 37만가구(2.7%)가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빠진다.

닥터아파트 조사로는 지난 1일 매매하한가 기준으로 같은 가격대의 아파트는 수도권에 25만8479가구가 몰려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6만8297가구, 경기 4만2716가구, 신도시 4만4527가구, 인천 2939가구 등이다.

◆ 거래 활성화엔 '역부족' = 종부세제 완화가 위축된 거래시장의 숨통을 튀울 수 있을 것인지엔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출규제로 자금줄이 묶여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보유세 완화가 오히려 보유 욕구를 자극해 거래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A공인 대표는 "종부세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종부세 및 양도세제 완화와 더불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도 "종부세 완화 혜택이 집중되는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종부세 완화 방침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일 뿐 새로운 움직임이 없다"며 "투자자들의 경우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현금으로 살 형편이 안되는 데 대출이 묶여 있으면 누가 매수에 나서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단기적인 투자수요가 몰릴지는 모르겠지만 그 거품도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이번 종부세 개편안 역시 8ㆍ21 부동산대책과 9ㆍ1 세제개편안과 마찬가지로 기존 아파트 보유자들 위주의 정책일 뿐"이라며 "매수자들의 자금줄이 대출규제와 금리 상승 여파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거래활성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보유세 완화가 장기적으로는 매수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 114 팀장은 "지난번 양도세 완화 때도 매물 회수 현상이 나타났듯이 종부세 완화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금리부분은 종부세 완화와 무관하기 때문에 보유 및 거래세 부담이 줄어들면 시장상황을 관망하던 대기 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회·권영은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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