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쇼크, 산업은행장 문책론으로 '불똥'

2008-09-17 17:03
  • 글자크기 설정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자질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무리하게 강행했던 민 행장의 독단 때문에 수조원을 날릴 뻔 했다며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를 상대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현황과 대책을 점검했다.

특히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시도와 관련해 정부의 정보 부족과 민 행장의 자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의원들은 국내 투자은행(IB) 업무를 선도하겠다던 산업은행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자칫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을 뻔 했던 데 대해 전면적인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했던 산업은행은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인수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그 후 불과 5일 만에 리먼브라더스는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주저앉았다.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산업은행장이 일주일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인수협상에 매달린 것은 의아한 일"이라며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난 뒤에도 산업은행이 한국 금융의 실력을 세계에 과시했다는 둥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민 행장은 과거 리먼에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의혹도 더욱 크다"고 주장했다.

민 행장은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이에 따라 민 행장이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있는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는 대신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민 행장은 리먼브라더스가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파산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사람이 행장 자격이 있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광재 의원은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했다면 산업은행도 파산했을 것"이라며 "인수 진행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먼브라더스 인수 과정에서 민 행장이 보였던 독선적인 행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민 행장이 인수협상을 계속 밀어붙이자 이번에는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서야 한다"고 다시 제동을 걸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협상 결렬 후 며칠 만에 파산을 신청한 부실 금융기관을 인수하려고 했던 데 대해 아찔함을 느낀다"며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의 정보 수집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