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폭풍' 전세계 강타...중앙은행 약발 먹힐까?

2008-09-16 11:21
  • 글자크기 설정

연준, 유동성 70조원 공급 <Br> 中인민은행 전격 금리인하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 AIG 위기 등 3대 악재가 월가를 휩쓸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불끄기'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 안정은 좀처럼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먼저 신용위기 근원지인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칼을 빼들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프라이머리 딜러대출(PDCF)' 창구를 더욱 확대키로 결정했다.

PDCF란 투자은행과 증권사 등 프라이머리 딜러들에게 재할인창구를 개방한 것으로 이번 조치를 통해 담보물을 기존 투자등급 채권으로 제한되던 것이 3자 환매조건부 채권까지 확대됐다. 

   
 
사진: 리먼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미국증시가 9.11 사태 이후 최악의 장세를 연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단기 환매조건부채권(repo)을 통해 금융시장에 공급한 유동성만 70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금융시스템에 공급된 유동성으로는 최대 규모다.

연준은 이와 함께 경매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의 담보채권 기준도 'AAA' 등급 모기지와 자산 담보부 증권에서 모든 투자등급 채권으로 크게 완화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로 추가적인 잠재적 위험과 시장의 불안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감독 기국와 각각 중앙은행들과 협력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연방당국은 AIG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에게 긴급자금 700억~750억달러를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CNBC방송은 미 연방정부는 AIG가 연준으로부터 직접적인 브리지론만 기대해서는 안되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당국이 AIG 지원자금이 민간부문에서 조성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국의 요구에 대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유럽 역시 미국의 행보에 즉각 발맞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하루 동안 300억유로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ECB는 성명을 통해 유로 지역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현재 시장 안정이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국내는 물론 국제기관과 협력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독일 재무부는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독일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해 사태 진화에 동참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단기 금융시장에 50억 파운드를 투입하기로 했으며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리먼브라더스 파산 보호 신청과 관련해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내셔널뱅크(SNB) 또한 베르너 아베크 대변인을 통해 금융시장을 살리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사태 진정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금리는 0.27%포인트 인하했으며 25일부터는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대 보험사인 AIG마저 무너질 경우 신용 폭풍 상태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AIG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현실화되면 2~3일래 파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거대보험사 AIG가 '제2의 리먼'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파생상품과 관련해 수십억달러를 정산에 쏟아부어야 하며 고객들의 계약 취소 등 대대적인 자금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메릴린치를 전격 인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켄 루이스 회장은 "AIG가 파산할 경우 업계는 물론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어올 것"이라며서 "리먼브라더스 사태보다 여파가 더욱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AIG는 지난 1분기에만 78억1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2분기 손실도 53억6000만달러에 달한다.

S&P의 로드니 클라크 애널리스트는 "추가적인 손실과 주가 하락은 AIG 자산 가치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발 신용 폭풍이 거세지면서 걸프 지역의 국부펀드의 움직임에 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엄청난 현금을 축적한 중동 국부펀드가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같이 월가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동 국부펀드의 '해결사' 역할을 제한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쿠웨이트투자청(KIA)이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씨티그룹에 30억달러를 쏟아부은 가운데 이미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동 국부펀드들이 미국을 살리기 보다는 자국 증시 부양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 통신이 분석했다.

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씨티그룹의 주요 주주라면서 중동 국부펀드가 최근 1년간 월가에 투자한 결과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ADIA는 씨티그룹에 투자한 이후 현재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의 왈리드 알-마하이리 최고경영자는 "현재 금융사에 대한 투자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 자체를 축소할 경우 이에 따른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KIA가 메릴린치 지분 정리와 관련된 경영회의를 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