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치킨게임’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경쟁업체들을 확실히 따돌리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11일 “한발 앞선 선도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선도기술 개발 역량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양산기술 향상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황(黃)의 법칙’ 입증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가을 황의 법칙을 9년 연속 입증을 위해 '3차원 셀스택 기술'을 올해 초 개발했으나 이 기술을 시제품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주력제품인 32기가비트와 64기가비트 제품의 양산능력을 높이는데 사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3차원 셀스택 기술은 마치 아파트를 짓듯이 메모리셀을 연속으로 쌓는 기술인데 32, 64기가 제품에 적용할 경우 기존 기술을 적용할 때보다 생산성이 30% 정도 향상된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 변경은 삼성전자의 자존심이자 선도기술 경영의 상징인 '황의 법칙' 입증을 제쳐두고 양산능력을 가속화함으로써 치킨게임'(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출혈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경쟁업체들을 완전히 따돌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반도체, 미국 마이크론, 일본 엘피다, 대만 파워칩 등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메모리업체들은 2년여에 걸친 치킨게임을 견디지 못하고 이달부터 10-30%의 감산이나 인력 감축, 신규 투자 연기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치킨게임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 변경으로 인해 황의 법칙도 수립 9년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 업계의 교과서로 통하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좋아진다는 이론)을 넘어 1년마다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일컫는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현 기술총괄 사장)은 1997년부터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착수, 2002년 110나노미터(nm) 공정으로 1기가비트(Gb)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같은 법칙을 발표했고 지난 해 30나노 64기가비트 제품 개발까지 8년째 이를 입증해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의 구조 및 특성상 매년 2배씩 미세화와 대용량화를 지속하는 것은 힘들어 황의 법칙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전하면서 "아무튼 삼성전자의 이번 반도체 전략 변경은 시장 지배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