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
인수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차가 워낙 큰데다 최근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여론도 크게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금융감독 당국의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다가 결국 불발로 끝나면서 당국과의 관계도 서먹해지게 됐다.
산업은행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 시점에서 리먼브라더스와 거래조건에 이견이 있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협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리먼브라더스 지분 25%를 인수하기 위한 가격 협상을 벌여왔지만 최근 리먼브라더스의 추가 손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처리 방안과 인수가격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답보를 거듭해왔다.
시장 일각에서는 리먼브라더스의 3분기 실적 발표 이전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인수 협상은 무산됐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인수가격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이가 존재하며 현재로서는 인수 협상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협상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국내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해외 M&A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도 협상 결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은행은 당초 국내 민간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파트너로 거론됐던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지 등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컨소시엄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산업은행은 금융감독 당국과의 관계 악화라는 또다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5일과 지난 8일 두 차례에 걸쳐 "리먼브라더스 인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금융감독 당국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무시한 채 인수 협상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직접적인 규제 주체이자 은행장 임명추천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겪게 됐다.
한편 산업은행이 협상 중단 사실을 공식화함에 따라 리먼브라더스 측이 10일(현지 시각)로 예정된 실적 발표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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