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불어닥친 재개발 바람으로 임대차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개발로 한꺼번에 발생한 이주 수요가 인근 전셋값을 들썩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시 주택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에서 재개발 관리처분인가가 난 사업장은 모두 16곳(63만3643㎡)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곳ㆍ32만4362㎡)보다 두 배나 늘었다. 지난 2006년 상반기(6곳ㆍ22만5015㎡)에 비하면 증가폭은 더 크다.
또 재개발구역 지정 이후 사업이 진행 중인 곳만도 61곳(211만3947㎡)에 달한다.
올 상반기 관리처분인가 사업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금호 17ㆍ19구역은 7만5529㎡ 규모로 조합원은 1037명, 건립 예정 가구는 1433가구다. 지난 2006년 7월 구역지정 이후 지난해 6월 사업시행인가에 이어 지난 5월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이주가 한창이다. 인근인 금호 18구역(2만798㎡)도 지난 2월 관리처분인가를 마쳤다.
단기간에 몰린 이주 수요 여파는 바로 전세시장에 반영됐다. 금호 17ㆍ19구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지 인근인 벽산아파트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며 "재개발이 진행 중인 이 일대는 이주 수요가 많아 인근 행당동이나 옥수동에서도 올 가을에 전셋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벽산아파트의 경우 올 초 1억5000만원이던 85㎡형의 전세가격은 최근 1억6000만~1억7000만원선으로 올랐다. 109㎡형 역시 1억9000만원 수준이었던 물건은 다 소진됐고 현재는 2억2000만~2억3000만원은 줘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고 이 지역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올 상반기에만 5곳에서 관리처분인가가 난 은평구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은평구는 지난 1월 신사 2구역이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데 이어 2월 불광 7구역ㆍ응암 7구역, 3월에는 응암 8ㆍ9구역에서 관리처분을 마쳤다.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근처에 재건축, 재개발 사업장이 많아 임대차 수요가 많다"며 "전반적으로 전세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건은 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 2개가 딸린 다세대 주택의 경우 올 초에는 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6000만원이 넘는다. 역세권 연립주택은 최소 7000만~8000만원, 주차공간이 확보된 곳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초와 비교하면 2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재개발 사업지 일대의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이주 수요 여파도 있지만 재개발 지역 투자자들이 보통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본인 부담을 줄이려고 전세가격을 높게 부르기 때문"이라며 "중ㆍ장기적인 이주·임대차 대책을 세우는 것은 물론 사업장별 개발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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