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헌 판결로 총리직을 박탈당한 사막 순다라벳 태국 총리. |
태국 헌법재판소는 9일 사막 순다라벳 태국 총리가 공직자 겸직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고 총리 직위 박탈을 결정했다.
사막 총리가 치나왓 탁신 전 총리 계열인 '국민의 힘(PPP)' 정당을 이끌고 작년 12.23 총선에서 승리한 뒤 총리직에 오른 지 7개월여 만의 일이다.
사막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15일째 정부 청사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민민주주의연대(PAD)측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위법 총리를 받아드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PAD측은 사막 총리 재선출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혀 태국 정국이 다시 한 번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PPP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가 창당한 타이락타이(TRT)가 2006년 4월 조기 총선에서 선거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작년 5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정당 해체명령을 받은 뒤 탁신 전 총리 계열의 정치인들이 세운 신당이다.
사막 총리는 PPP 창립 때부터 TRT의 정책노선을 계승할 것이며 총선에서 이기면 총리에 취임하고 탁신 전 총리는 자당의 경제고문으로 위촉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탁신 전 총리의 대리인을 자처해온 친(親) 탁신 세력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000~2004년에 방콕 시장 재임 시절 소방차 구입과 하수처리 시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횡령 의혹이 일어 아직까지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며 특히 방콕 부시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극우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내무차관 시절 "공산주의자는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거친 입담으로 '정치 공룡', '거친 돼지', '개 주둥이' 등의 별명을 갖고 있고 정치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다.
요리사와 기자 등 다양한 경력의 사막은 서민적인 풍모를 바탕으로 지난 2000년부터 TV 요리쇼를 진행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이 때문에 공직자 겸직 금지 위반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야하게 됐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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