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시장이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면서 고삐가 풀려버렸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은 자원 확보는 물론 단순한 정유회사에서 벗어나 석유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산유국들의 국영석유기업과 손을 잡는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천문학적 비용에도 불구,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중질유분해시설 확충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최근 급변하는 세계적인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정유업계가 자원확보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자원개발과 산유국 협력 강화로 돌파
석유시장이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의 가장 큰 숙제는 원유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유가 100달러, 200달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도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내 정유사들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단위 공장당 규모의 경제를 이미 실현한 상태다.
국내 1위 및 단일규모 세계 2위인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의 경우 일일 87만5천배럴(나프타 스플릿터 포함. 인천컴플렉스 27만5천배럴 별도)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77만배럴. 나프타 스플릿터 9만배럴) 역시 국내 2위 단일규모 세계 3위다. 에쓰-오일(58만배럴), 현대오일뱅크(39만배럴)도 모두 세계 25위 안에 포함된다. 그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고유가 상황을 효율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 지상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설비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세계 최고품질의 석유제품 생산을 위해 대규모 탈황시설 및 알킬레이션 공정 확장에 나서고 있다. 생산시설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자원개발’이다. 정제능력 규모에 비해 우리가 직접 생산하고 있는 원유 양이 매우 적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같은 비산유국이더라도 프랑스는 국내에서 소비하는 가스를 포함한 원유의 93%를 해외에서 직접 생산중이다. 우리나라와 국력, 인구, 과학기술 수준 등이 비슷한 이탈리아, 스페인도 해외 생산 물량이 자국 수입량의 50~51% 정도다.
그러나 정유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자주개발률은 4% 수준에 머물러 유가가 올라가고 석유시장이 불안해지면 질수록 국민들의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정유사 역시 에너지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 땅 우리 바다는 아니지만 거기서 나오는 석유는 우리 것이다. 특히 석유 및 가스 자주개발률을 오는 2016년까지 28%까지 높이기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 영토 확장의 경우 크게 두 가지. 하나는 SK에너지, GS칼텍스처럼 지분참여와 직접개발을 통한 것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처럼 산유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하는 방법이 있다.
SK에너지, ´산유국의 꿈 현실로´
국내 기업중 가장 활발한 해외자원개발 활동에 나서고 있는 SK에너지는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SK에너지에 따르면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석유 등 자원개발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에 각각 0.6%, 4.7%에 불과했지만 2004년 1.58%, 12.23%, 2006년 1.42%, 18.45%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18%, 12%를 차지하면서 비중이 소폭 줄었지만 올 상반기 1.6%, 13.3%를 차지하며 이익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또 6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5%대의 전체 영업이익률 대비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자원개발에만 4천5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석유개발 사업을 시작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투자액 4천억원을 넘어 선 것이다.
지난 2006년에는 2천900억원 규모를 투자한바 있으며, 매출액 대비 투자액은 거의 100%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비는 불과 5년 전인 2004년 670억원 규모에 비하면 600% 이상 크게 늘어 난 것으로 SK에너지의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준다.
올해에도 약 6천300억원을 자원개발 투자금액으로 책정했다.
특히 올해에는 ‘회사 내 회사’제도인 CIC를 도입, R&C CIC의 직속 기구로서 편입돼 의사결정 구조가 짧아짐으로써 대규모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석유개발 사업에 보다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으며, E&P기획개발팀과 E&P사업관리팀 등 신설 부서도 생기면서 석유개발 사업에 더욱 큰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비산유국의 한계를 극복하고, 포화상태에 있는 내수시장을 벗어나 ‘아태지역 에너지·화학사업의 신 메이저’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석유·화학 트레이딩 분야에서 아태지역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er)로서의 입지 구축 ▲에너지 사업 의 업스트림(Upstream) 분야인 유전·가스전 개발 등 자원개발 분야 강화 ▲중국 시장에서의 거점 확보 및 지속적인 성장 전략지역 진출을 실천과제로 선정했다.
올 5월 현재 SK에너지는 총 5억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평균 2만5천배럴에 해당하는 원유와 가스를 생산 중이다.
또한 올해 안으로 브라질 BMC-8 광구에서의 생산이 정상화되면 일일 생산량이 3만배럴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꾸준한 투자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보유 원유 매장량을 10억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