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지원안을 놓고 투자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것이다.
미 재무부가 전세계적인 신용위기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모기지업계에 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를 정상화하기 위해 250억달러(약 25조원)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구제금융은 미국 역사상 사상 최대 규모다.
<사진설명: 패니매의 다니엘 머드 CEO의 경질이 확실시되고 있다> |
프랭크 위원장은 그러나 아직까지 재무부가 고려하고 있는 구제금융 대책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질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빅2' 모기지업체가 미국 주택대출의 2분의1에 해당하는 12조달러의 대출을 보증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폴슨 장관 역시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갖는 역할을 인식하고 사태 해결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제2의 신용위기' 뇌관으로 여겨지는 모기지업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핵심 정책당국자들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폴슨 장관은 전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제임스 록하트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 국장과 회동을 갖고 '빅2' 모기지업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폴슨 장관은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에게 자문을 구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말 역사상 최대 구제금융 실시 여부를 결정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첫 수순은 '빅2'의 최고경영진의 사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폴슨 장관은 패니매의 다니엘 머드 CEO와 프레디맥의 리차드 사이론 CEO에게 사임을 요청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CEO가 물러난 뒤 FAFA가 양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시하고 있다.
현재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우선주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은행을 포함해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빅2'를 인수할 경우 자칫 이들 우선주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모기지업계는 살릴 수 있겠지만 금융기관들은 또 한번의 대대적인 금융 충격을 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 모기지 '빅2'에 대한 구제금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217억3000만달러 규모였던 패니매의 우선주 가치는 지난달 말 78억7000만달러로 급락했으며 프래디맥의 우선주 역시 141억달러에서 54억4000만달러로 가치가 폭락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주 재무부를 비롯해 미 정부가 모기지업계를 살리지 않을 경우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금융 쓰나미'가 휘몰아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실 사태 당시 파산을 겪은 회사의 자산을 정리신탁공사가 매입했던 것과 같이 새로운 형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 의회는 지난 7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해 필요할 경우 정부가 무제한으로 대출하거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한 바 있다.
'빅2' 사태는 미 대선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이날 인디애나주에서 유세를 갖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규모가 거대하며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면서 "이들 기업이 파산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시장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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