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을 확보하라!(1)

2008-09-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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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공급 넘어 세계의 심장으로…달러 먹는 ´하마´서 수출 ´효자´로 =고유가 나쁜 것만 아니다!…효율극대화·R&D 천문학적 투자로 경계 넘는다

석유시장이 요동치면서 고삐가 풀려버렸다. 국내 정유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천문학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중질유분해시설을 확충함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자원 확보는 물론 단순한 정유회사가 아닌 석유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국영석유기업과 손을 잡는 한편,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초고유가 상황 지속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며 수출 주력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유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지정학적 불안과 수요 증가, 달러화 변동성, 기후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세 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정유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사회의 번영은 안정된 에너지 확보에 의해서만 보장될 수 있으며, 사실상 석유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사회·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안정적인 석유 확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석유시장은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등 글로벌 메이저(IOC : International Oil Company)들과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국영석유기업(NOC : National Oil Company)으로 양분돼 있어 시장 참여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오일메이저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산유국 국영석유기업의 입김이 갈수록 커지는 ‘신 석유질서’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는 전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지상유전이라 불리는 중질유분해시설 증설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밖으로는 해외자원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과 산유국과의 협력 강화로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를 꾀하고 있다.

16개국 31개 광구에서 원유 생산, 개발, 탐사 광구를 운영중인 SK에너지는 현재 5억배럴 수준의 보유 원유 매장량을 오는 2015년 10억배럴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정유회사가 아닌 석유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GS칼텍스 역시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함께 적극적인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GS칼텍스의 유전개발 역사는 길지 않지만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유망한 사업에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직접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면, 중동 산유국 국영 석유회사와 투자회사를 최대 주주로 두고 있는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협력을 다지고 있다.

석유개발 시장에 부는 ´신 석유질서´

국제유가가 세 자릿수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토탈, 쉐브론 등 오일 메이저들이 표면적으로는 엄청난 이익을 얻고 있지만, 속으로는 새로운 유전 개발권 획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차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메이저들이 어려움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는 ‘자원민족주의’다. 산유국들이 지금까지 메이저들이 쥐락펴락했던 개발권을 국영기업에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공급 부족으로 연결되면서 국제유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올 2/4분기 동안 메이저로 불리는 엑슨모빌, 쉘, BP,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5대 메이저 업체들의 석유 생산량은 일일 61만4천배럴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일일 원유 소비가 8천600만배럴이라는 점을 생각할 경우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급이 팽팽한 상황에서의 공급 차질은 곧바로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최근의 상황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부터 5년 동안 이들 메이저들의 생산량은 일일 1천만배럴 내외로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다는 점도 문제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메이저 업체들은 전 세계 석유생산의 절반을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13%로 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그렇다면 메이저들의 빈자리를 차고 들어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러시아의 가즈프롬과 이란 국영석유회사와 같은 국영기업체들이다.

현재 석유시장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석유 생산이 최고점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석유가 점차 고갈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석유 생산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자금 동원력이 풍부한 메이저들이 굴착할 지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점차 고갈되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석유시장 한 관계자는 “아직도 개발 가능성이 풍부한 수많은 유전들이 베네수엘라, 러시아, 이라크, 이란 등에 집중돼 있다”면서 “‘오일 피크’는 지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 알제리,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은 최근 이들 업체들에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엄청난 수익을 나누기 위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대선 이슈로까지 등장한 연안 석유시추 문제에 메이저들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도 생산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은 고유가로 인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석유 수요가 일부 둔화된 상태이긴 하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석유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메이저들의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고 원유 공급의 상당부분을 산유국 국영기업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들의 비효율성과 관료주의,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공급 차질 등이 발생한다면 향후 국제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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