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동차시장의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신용위기 여파가 지속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10개월 연속 판매가 나아지기는 커녕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로 도약한 도요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아시아업체들까지 판매가 큰 폭 감소하고 있다.
GM의 8월 북미시장 판매는 20% 감소했으며 포드의 판매 감소폭은 27%에 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드는 이로써 지난 22개월 중 21개월 동안 판매가 줄어든 셈이 됐다.
크라이슬러 역시 혼다에게 판매 우위를 넘겨주며 8월에만 34%의 판매 감소를 경험해야 했다.
<사진설명: 미국 자동차시장의 위축이 지속되면서 도요타 역시 FJ 크루저 등 대형 차량 주도로 판매 감소를 면치 못했다. |
소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커지면서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대형 차량이 판매 감소를 주도했다.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카세사 샤피로 그룹의 존 카세사 파트너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자동차시장 악화는 오래된 얘기며 거시 경제 조건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자동차시장의 특징은 '대형차 부진'과 '소형차 선호'로 요약할 수 있다. 8월 트럭판매는 22% 감소했다. 업계 전체의 판매가 7.7% 감소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3배에 달한다.
컨설팅기관 크라우 치젝의 에릭 메르켈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시장의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자동차를 사는 미국인들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차 위주의 미국 업체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형차 비중이 높은 아시아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늘어가고 있다.
아시아 업계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47%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연속 미국 업체들을 앞선 것이다.
도요타의 전체 판매는 9.4% 감소했다. 승용 히트 모델인 캠리의 판매는 3.3% 늘어났지만 대형 SUV인 FJ크루저와 소형 SUV인 RAV4의 판매는 크게 줄었다.
지난 7월 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 증가세를 기록했던 닛산은 8월 13.6%의 증가세를 이어가 관심을 끌었다.
현대차의 8월 판매는 9% 가까이 감소했다.
유럽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BMW 판매가 1% 증가했으며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판매는 2.9%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미국 자동차시장이 16년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오토데이터는 올해 미국에서 1370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자동차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내년 말부터는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짐 프레스 사장은 전일 로스엔젤레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말부터 2010년으로 넘어가면서 시장의 회복 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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