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추진됐던 정유산업이 어느덧 시나브로 세계의 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초고유가 상황과 치열해진 국제 석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유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천문학적 비용 투입 지상유전 건설 "선택 아닌 필수"
오는 2011년까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 총 일일 357만배럴 규모의 CDU(원유정제시설) 증설 프로젝트가 계획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제품 공급까지는 투자시작 이후 최소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공급부족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또 경질제품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중질유분해시설 확충 규모 역시 2011년까지 일일 76만배럴(50% 이상 국내 정유사 건설 예정) 규모로 전망돼 2011년 기준 CDU를 포함한 아시아지역 경질제품 최대 공급규모는 일일 1천500만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아시아지역 경질제품 소비는 일일 1천828만배럴에 달해 공급 규모를 초과하게 된다.
2010년 경유, 항공유, 휘발유 소비 규모만 일일 1455만배럴로 공급규모의 97% 수준에 달해 3개 제품의 아시아지역 수입 규모는 일일 21만배럴(연 7천670만배럴)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경질제품 수입 증가는 우리나라의 수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 정유업계의 중질유분해설비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약 2조9400억원이 투입될 이번 시설은 일일 6만배럴의 감압잔사유 수소첨가분해탈황시설(VR HCR : Vacuum Residue Hydrocracker)과 5만3천배럴의 감압가스오일 유동상촉매분해시설(VGO FCC : Vacuum Gas Oil Fluidized Catalytic Cracking)이 동시에 건설된다.
이는 1조5000억원이 소요된 No.2 HOU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회사 창립 이래는 물론 국내 정유사 최대 규모의 투자다.
특히 이번 No.3 HOU에 건설되는 HCR에는 No.2 HOU의 HCR과 달리 감압증류탑에서 나오는 아스팔트에 가까운 가장 무거운 성질의 잔사유를 경질유로 전환하는 최첨단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된다.
경질석유제품과 중질석유제품 가격 차이가 배럴당 6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그 만큼 수익성이 높다.
이와 함께 No.3 HOU에 건설되는 FCC에서는 연간 25만t의 프로필렌이 병산되는데, 기존 No.1 HOU의 20만t을 합산할 경우 생산능력이 45만t으로 확대된다.
SK에너지 역시 최근 6만배럴 규모의 RFCC를 본격 상업가동한데 이어 인천공장에도 중질유분해시설 건설을 확정·진행중이다.
총 1조5200억원이 투자되는 이번 사업은 일일 7만배럴 규모의 감압증류공정(VDU)을 포함해 HCK(Hydrocracker. 4만배럴), Visbreaker(VBU, 4만배럴), 부대공정 등이 포함돼 있으며 오는 2011년 6월 완공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장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지만 2~3%대에 머물러 있는 석유사업부문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도 2011년까지 총 5만2천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설비 확충을 순조롭게 진행중이며, 현재 연기됐지만 에쓰-오일 역시 대산에 15만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설비를 포함한 제2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존 확충(52만1000배럴 규모)된 중질유분해시설 이외에도 향후 최소 20만5000배럴~35만5천배럴(SK에너지 인천컴플렉스 4만, GS칼텍스 11만3000, 현대오일뱅크 5만2000, 에쓰-오일 15만배럴) 규모의 중질유분해시설 확충이 예정돼 있다.
이는 추가 원유도입 없이 원유정제과정에서 병산되는 벙커-C유를 재사용해 경질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경질석유제품으로 시장 패턴이 변하고 있는 국제 석유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이미 단일 공장 단위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정유사들의 공장 효율화는 물론 추가 생산된 제품이 수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실상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곧, 외화절감은 물론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의존하기보다는 설비 효율 극대화를 위한 수출시장 다양화가 절실하다”면서 “FTA체결로 경유 수출이 급증하고 있는 칠레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세안 국가 및 미국(FTA 발효 예정) 등으로 수출대상 국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지상유전 확충이 국제석유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그동안 잉여물량을 수출하거나 내수에 판매해오던 저급제품의 생산을 줄이고 이를 원유대용으로 사용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을 생산하는 고유가 시대의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실제 GS칼텍스의 경우 No.2 HOU 적절한 투자와 증설을 통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10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No.2 HOU는 등·경유 수율이 높은 시설로 국제석유시장에서의 등·경유 가격이 비수기인 2/4분기에도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높은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1월 촉매 막힘 현상이 발생했을 당시 가동 4개월만에 가동중단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통해 설계 당시 5만5천배럴 규모의 생산능력을 6만배럴로 확대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시킨 것도 수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올 1/4분기 매출이 7조원(7조682억원)을 넘었다”면서 “유가 강세가 지속돼 2/4분기 매출 역시 사상 최고치인 9조5251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4분기의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해 2254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232억원)를 기록했지만 2/4분기에는 7659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정유사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하루 6만배럴의 제품을 생산하는 No.2 HOU에 단순 수치만 적용(2/4분기 벙커-C유와 등·경유 평균 차액 67.87달러)해도 2/4분기 동안 매일 40억원씩 수익을 낸 셈이다.
결국 2/4분기 No.2 HOU에서만 약 3천6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에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의 자급을 통한 수익 추가 등을 감안 할 경우 더욱 높아진다. 최근 본격 가동에 돌입한 SK에너지의 중질유분해시설 역시 오는 3/4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보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