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자산가치 하락…서민들 "못 살겠다" 아우성

2008-08-3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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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가계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 때문에 실질 소득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가계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시장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늘려 소비를 유도해야 하지만 신규 취업자 수는 매월 정부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예금·주식·부동산 등 가계의 자산 가치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서민 가계는 그야말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물가 오르는데 소득은 제자리 = 연초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소비자물가 중기 목표치는 3%. 그러나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수치보다 2배 가량 높은 5.9%까지 치솟았다.

8월에는 7%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분산하고 기업들의 상품가격 인상을 억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6% 이내로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5~7월 중 급등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아직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7월 높은 가격으로 수입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8월 물가 상승률은 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달 이상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7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0.6%, 12.5% 폭등했다.

물가와는 다르게 가계 소득 증가율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32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득은 296만5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반기 들어 물가가 더욱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최근 실질 소득 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소득은 정체되면서 가계가 굳게 닫힌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2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는 지난 2005년 2분기(-0.1%)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 대출금리까지 치솟아…가계빚 '눈덩이' = 지난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7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7.12%로 전월 대비 0.19%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지난 1월(7.21%) 이후 6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92%, 신용대출 금리는 7.50%로 전월 대비 각각 0.15%포인트와 0.26%포인트 올랐다. 일부 은행의 경우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가 10%를 넘어선 곳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은행 대출에 의존해 생활하는 서민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고 집 없는 서민들은 길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계 부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 구매를 합한 가계 부채는 총 640조472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조5534억원 늘어난 수치이며 지난 1997년 4분기(55조5014억원)에 비해서는 11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를 국내 총 가구수로 나누면 한 가구당 약 3841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금리도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어 가계발 신용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청년실업 100만 시대…암울한 미래 =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신규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경기 침체 여파로 청년층 일자리가 줄면서 2분기 청년층(15~29세) 미취업자는 71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공식적인 청년 실업자 32만8000명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청년층은 103만9000명에 이른다. 특히 청년 실업자 중 절반 가량은 대졸 이상 학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실업률을 끌어내리기 위해 '청년고용 촉진대책', '정부지원 인턴제'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들어 신규 취업자 수는 2월 21만명에서 4월 19만1000명, 6월 14만7000명 등으로 당초 정부 예상치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고 있다.

◆ 자산가치 하락, 안전판도 잃어 = 그나마 마지막 보루로 여겨왔던 예금·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가치까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서민 가계는 빈털터리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예금금리도 많이 올랐지만 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른 탓에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특히 지난 7월의 경우 가계대출 금리가 0.26%포인트 폭등하면서 예금금리 인상 폭(0.17%포인트)를 훨씬 앞질렀다.

1분기 가계가 보유 중인 주식투자금액도 35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원 감소했다. 올 들어 주가가 곤두박질친 결과다. 8월 1400대로 주저앉은 코스피 지수는 글로벌 신용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9월에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6월 말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에야 겨우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의 소득 감소와 자산가치 하락은 실질 구매력을 하락시켜 내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경우 국내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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