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MB정부 출범 최대 위기

2008-08-3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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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순채무국 전락 우려
-경상.자본수지 쌍둥이 적자

우리나라가 8년 만에 순채무국으로 떨어졌다는 추정이 유력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대외균형이 무너졌다. 정부 입장에서 경상수지가 적자면 자본수지는 흑자를 보여야 대외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우려를 무릅쓰고 외환보유액을 동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8월 순채무국 전환=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순대외채권은 27억1000만달러로 3월말보다 104억5000만달러가 줄었다.

이는 2000년 3월말 마이너스 5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8월 들어 순채무국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순채무국이 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진다.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성이 커질 뿐 아니라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오기도 힘들다.

당국은 7월 현재 외환보유액이 2475억 달러로 국제적 적정수준을 넘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비율은 미국.영국.독일 3개국 평균인 221.3%보다 훨씬 낮은 40% 초반에 불과하다"며 "자금탈출과 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쓸 수 있는 유동자금이 현재 200억 달러 밖에 안되는 점은 염려스럽다.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연일 달러를 팔아치우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금융위기 우려가 높은 가운데 만일을 대비한 실탄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상.자본수지 쌍둥이 적자=올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여기에 자본수지마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7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는 각각 24억5000만달러와 57억746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수지 적자 규모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 12월 이후 최대다.

경상수지 적자 증가는 외환보유액 감소와 원화가치 하락, 물가인상으로 이어져 경제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두 지표가 모두 적자를 냈다는 소식에 지난 29일 원.달러 환율은 7원20전 급등한 1089원까지 뛰었다. 세계적 신용경색으로 외화 유동성이 나빠진 가운데 환율마저 연일 치솟으면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 요인이 경상수지 부문에 이어 자본수지 부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당국 "우려할 단계 아냐"=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시에 적자인 추세가 지속한다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나 당국은 현 상황이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유가 하락세와 수출 강세가 유지된다면 오는 9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며 "당초 연간 전망치인 90억달러 적자선에서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규모를 줄인 가운데 8월에는 채권시장에서 매수우위를 보였다"며 "자본수지 역시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 자칫 국제유가마저 다시 뛴다면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외국인이 지금 빠져나가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이다"며 "그러나 국내경제 기초여건이 나빠진다면 외국인 이탈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둔화가 이머징 마켓을 포함한 세계 전역으로 확산한다면 우리나라 수출도 감소할 수 있다"며 "현재 배럴당 115달러 안팎인 유가가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지난해 11월 95달러 수준으로 내려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역시 아직 안심하기 힘들다. 정부가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미국발 신용위기가 심화한다면 순채무국 전환과 적정 외환보유고 논란, 경상, 자본수지 동반적자와 같은 재료가 다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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