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탓에 기업들 희비 엇갈려...자동차 웃고, 항공 울고

2008-08-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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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090원대를 오르내리며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자동차 전자 철강 항공 등 기간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은 전날보다 1.60원 오른 1,091.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092.50원으로 상승한 뒤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1080원대로 다시 밀렸다.

자동차 업종과 관련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에 따른 수요위축과 임단협 등에 따른 주가조정이 있었으나, 임단협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고 환율 상승에 따르 효과로 조업일수 감소분을 어느정도 방어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 4분기에는 공장가동률 상승에 따른 실적 호조세가 기대되며, 특히 현대차 체코 공장이 연말에 가동되기 시작하면

국산차의 소형차 공급 능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점유율 상승이 눈에 띄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톱픽(최선호주)로 추천했다.

기아차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서성문.이명훈 연구원은 "기아차는 해외 재고와 누적손실이 빠르게 줄고 있고, 원.달허 환율이 하반기에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수출비중이 높은 기아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크지 않으면서 수출 위주로 영업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들도 환율상승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변압기 제조업체 풍산전기㈜는 올해 400만달러를 중동, 중남미, 동남아 등지로 수출할 예정이지만 환율상승으로 대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풍산전기는 달러로 수출계약을 하기 때문에 환화로 900원 후반대에서 1000원대 초반에 계약한 것이 현재 1천100원 가까이 받고 있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출할 물량을 대부분 1천원대에 계약했지만 환율이 1천100원대에 육박하면서 최소 9% 이상의 환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며 "올 하반기에는 큰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전자 업종은 환율상승 효과로 환차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항공, 철강, 정유업종 등은 환율상승이 곧바로 손실로 이어져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운임의 50∼60%를 원화로 받는 반면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유류비는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항공업계에 환율 급등은 직격탄이나 마찬가지.

환율이 10원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75억원 정도 손실을 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초 환율을 달러당 910∼920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환율 급등이 이어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환헷지 비중과 원화 결제 비율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에 총력을 기울여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물시장에서 원유를 외상으로 들여오는 정유업도 환율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이 크다. 정유업계는 환율이 1원 상승할 때마다 업계 평균 20억원씩 환차손을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할 때 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이 먼저 달러로 대금을 지불한 뒤 60~90일 후 결제하는 유전스(usance·기한부 어음) 방식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약세일 때 원유를 구입했는데 2~3개월 뒤 환율이 높아지면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올 3분기에는 대규모 환차손이 예상돼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환헷지 등 환율 상승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최근처럼 환율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할 경우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해외에서 철광석과 고철 등의 원재료를 수입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악재로 작용된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폭등으로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했다고 가격을 또 올리기는 부담스럽다"며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상승은 철강 소비업종에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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