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 등 자영업자들, ‘소득 빼돌리기’ 횡행

의사나 변호사, 학원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들 사이에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결제를 통한 편법적 ‘소득 빼돌리기’가 최근까지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관련자들에 대한 선별적 ‘추가세무조사’라는 고강도의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이 21일 발표, 지난 1월 부터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 199명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결과 소득 탈루율은 무려 45.1%에 달했다.

2005년 동 조사에서 56.9%, 2006년 49.7%, 지난해 조사에서 47.0%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 수치상으로는 다소 호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여전히 과반 가까이가 투명한 세무신고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갈 갈이 멀다는 지적이다.

◇ 총 1271억원 추징, 23명은 처벌  

조사결과 세무당국에 숨긴 소득이 적발돼 추징된 세금만 1인당 평균 6억4000만원씩, 총 1271억원에 달했으며 대상자 중 23명을 조세범칙 등의 혐의로 처벌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김 모 변호사(56)가 대표인 서울의 A법무법인은 소득신고를 누락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건을 의뢰한 고객들에게 수임료를 현금으로 내면 깎아주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결제를 유도해왔다.

김 변호사가 이런 식으로 세무서에 신고하지 않은 수임료는 8억원정도로 추산됐다.

공증업무는 법무부의 감독을 받는 탓에 건수 조작이 어렵게 되자 김 변호사는 대신 수수료를 실제 받는 것보다 낮게 잡고 현금으로 받은 수수료 수입 8억원을 역시 신고하지 않았다.

세무당국은 법인세를 비롯해 7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벌금도 별도로 부과했다.

◇ 차명계좌나 위장사업자 까지 동원

일부에서는 소득신고를 누락할 목적으로 차명계좌나 위장사업자를 동원하는 수법도 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B 성형외과 원장 이 모 씨(51세)는 세무신고가 이뤄진 진료차트만 병원에 두고 비 보험 고액 현금결제 수술환자의 차트는 다른 장소에 별도로 보관했다.

특히 이 씨는 진료비를 친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송금 받거나 현금으로 받은 진료비를 차명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9억원을 탈루했다 소득세 4억원이 추징되고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에서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는 김 모 씨(52세)는 카드나 현금영수증 발급분만 소득을 신고하고 현금으로 받은 수강료 16억원을 신고에서 빼돌리는 수법을 쓰다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김 씨는 세무조사에 대비해 과거 자신이 운영하던 학원에 근무했던 강사를 대표자로 내세워 명의위장 학원 두 곳을 등록한 뒤 이곳으로 6억원의 소득을 분산해 신고하는 수법까지 썼다.

이를 적발한 세무당국은 해당 탈루소득에 대해 총 12억원을 추징했다.

◇ 국세청 “불성실신고 업종 대상, 추가세무조사 실시할 것”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치과의사 최 모 씨(43세)는 비 보험환자의 진료과정에서 일부 건강보험 대상시술이 이뤄지면 이 비용을 건보에 청구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턱관절 환자 등 치료비가 비싼 비 보험대상 환자의 진료비에 대해 소득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인 것.

이런 방식으로 탈루한 소득은 줄잡아 19억원. 이에 세무당국은 최 씨에게 소득세 등 10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벌금도 함께 부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가 마무리되면 금년도 종합소득세 및 법인세 신고결과 분석을 통해 확인된 불성실신고 업종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재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