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의 금융시장이 드디어 빗장을 푼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투자자들에게 자국 증시를 개방하는 것이다.
아직 외국인들의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아닌 간접 투자 형태로 개방하는 것이지만 중동 최대 증권시장이 문호를 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사우디의 자본시장위원회(CMA)는 전일 허가 받은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를 허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증시의 벤치마크는 타다울종합지수(TASI)로 시가총액은 4400억달러(약 4430조원) 정도다.
<사진설명: 사우디아라비아가 해외 자본에 자국증시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
그동안 사우디 증권시장은 걸프협력위원회(GCC) 6개 회원국 거주자만이 직접 투자할 수 있었으며 중동에서도 해외 자본에 가장 방어적인 곳으로 평가받았다.
당국의 규제로 외국인들이 사우디증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뮤추얼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유가의 고공행진과 함께 오일머니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도이치방크를 비롯해 HSBC, JP모간,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등 전세계 대형 투자기관들은 중동 현지에 사무소를 열고 투자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HSBC 사우디아라비아의 팀 그레이 최고경영자(CEO)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우디 현지의 개별 주식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CMA로부터 금융상품 접근을 요청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개별 주식에 대한 참여채권(PN)과 스왑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사우디 금융권은 국내증시 안정화를 위해 해외 자본 참여를 확대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사우디 당국은 핫머니 유입을 우려해 이를 거부해왔다.
사우디증시는 현재 역내 개인투자자 위주로 시장이 진행되면서 펀더멘털이 아닌 루머와 시장심리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로 올들어 사우디증시 낙폭은 24%에 달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