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신용위기 악재로 아시아증시가 초토화됐다. 전일 급락세를 보였던 중국증시를 제외하고 일본을 비롯해 한국증시가 2%가 넘는 낙폭을 기록하는 등 '제2의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일제히 끌어 내린 하루였다.
19일 일본증시의 닛케이지수는 300포인트가 넘게 빠지는 급락세를 나타냈고 대만 가권지수 역시 지수 7000선이 붕괴되는 수모를 겪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낙폭이 200포인트에 달한 것은 물론 싱가포르와 태국, 인도네시아 증시가 각각 1%가 넘게 빠졌다.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모간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지수 역시 오전장에서 2% 가까이 급락해 120선 초반까지 하락했다. 이는 2006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신용위기 우려로 금융주가 전반적인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유니온뱅칼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힌 일본 최대 금융기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의 주가가 2.5% 하락한 것을 비롯해 홍콩 항셍뱅크가 1.5% 빠졌다.
도요타 애셋 매니지먼트의 하마사키 마사루 선임 투자전략가는 "금융기관과 관련된 것들이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일본증시를 비롯해 19일 아시아 주요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
이에 따른 여파는 펀드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 10주에 걸쳐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에서 20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유가 등 상품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을 겪으면서 원유와 금속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이머징마켓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 주식시장 부진의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달러가 최근 급반등하고 있다는 사실도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주에만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19억달에 달했다. 이는 5주래 최고치다.
특히 10주 동안 이탈한 자금 200억달러는 사상 최대 규모다. 국가별로는 역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각각 5억4200만달러와 3억7300만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지난해부터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에서만 4900만달러가 유입됐지만 최근 증시 상황을 볼 때 이같은 유입세가 이어질 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머징마켓에서 빠져 나간 자금은 미국으로 이동해 미국 주식형 펀드에 133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넷 투자전략가는 "장기적으로 이머징마켓의 전망은 밝다"면서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머징마켓에서의 자금 이탈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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