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기조가 주춤하고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이머징마켓의 불안감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일본 등 선진 경제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으면서 이머징마켓이 '폭풍전야'와도 같은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머징마켓의 불안감은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모간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지난주 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머징마켓 증시는 지난 11월 고점을 기록한 뒤 3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 증시에 비해서도 낙폭이 큰 것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최근 분석했다.
최근 성적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 2달간 MSCI 선진국 증시의 낙폭은 9%를 기록했지만 이머징마켓 증시는 13%나 하락했다.
최근 1년간 MSCI 이머징마켓지수 추이 <출처: MSCI Barra> |
미국발 신용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머징마켓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강하다는 안도감이 컸지만 최근 투자심리가 '안전자산 선호' 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머징마켓에 대한 매력이 낮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글로벌 경제 성장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이머징마켓 회의론'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투자자문기관인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의 가브리엘 스테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비롯해 유로존과 영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머징마켓에도 분명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향후 6개월간 시장 상황은 어두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선진 경제 부진에 따른 수출 성장률 하락을 경험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중앙은행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리먼브라더스의 로브 슈바라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금융 위기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불안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147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뒤 현재 11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로 전문가들은 110달러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메릴린치가 최근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9%가 향후 12개월에 걸쳐 인플레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2개월 전만 하더라도 응답자의 59%가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문제는 상품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러시아와 브라질 같은 주요 원자재 수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크로스비 포시스의 재클린 알도스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앞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