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 속 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내비게이션 등이 폭발사고에 노출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여름휴가를 맞아 산이나 바다를 찾아 떠나는 피서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해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내비게이션은 필수품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길 도우미’ 내비게이션이 위험한 폭발물로 돌변할 수도 있어 인명피해까지 우려된다.
현재 국내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주로 리튬폴리머 2차 전지로서, 이는 현존하는 2차 전지 중 가장 에너지를 많이 저장할 수 있어, 휴대폰, PDA, PMP 등 크기가 작으면서 다량의 전원을 소비하는 휴대기기용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현재 2008년 상반기에만 배터리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접수된 건이 11건으로 ,이는 2007년 상반기 1건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며, “PMP 등 휴대용 전자기기를 여름철 차량내부, 찜질방 등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시킬 경우 배터리의 부풀음으로 인한 제품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노트북, TV모니터 이제는 내비게이션 까지 ‘폭발’
지난 7월 26일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내비게이션 배터리가 차량 내부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로 인하여 내비게이션 뒷면이 녹아내렸고, 플라스틱 파편이 차량 안에 흩어졌으나 폭발 시 차량 안에 운전자가 타고 있지 않아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폭발한 내비게이션 모델은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리튬폴리머 배터리였다.
당시 해당사 였던 카포인트사 김태훈 부장은 “배터리는 자체 생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관리할 수가 없다”며, “배터리는 발열성 제품이라 전 세계 어느 제품이라도 고온에 완전하지 못한 기술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발열이나 누전을 방지하는 회로를 제품에 장착해 배터리를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기술적인 초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노트북 배터리 폭발 사고에 이어 TV모니터, 휴대전화의 배터리 폭발 사고가 연이어 발생 했다.
지난 1, 2월 배터리 폭발 사고를 낸 LG전자 노트북 '엑스노트 Z1'시리즈는 모두 LG화학의 원통형전지를 사용한 제품이었다. 당시 LG전자에 월 20만셀 가량 납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센스 SP10' 역시 배터리 폭발 사고발생 후 배터리 제조회사조차 확인 되지 않아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LG전자의 엑스캔버스 프로젝션 TV는 7월 들어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5건 발생했다.
TV 모니터 폭발 사고를 겪은 강남의 신 모씨(34) TV를 켠지 10여분 만에 갑자기 '펑~'소리가 크게 나면서 타는 냄새가 났다고 아찔한 당시의 상황을 말했다.
이에 LG전자 관계자는 “고압변성기라는 부속품은 브라운관(CRT)방식의 TV나 PC 모니터에 장착돼 고전압을 만들어낸다”며, “브라운관방식의 TV가 폭발한 경우 가장 많은 폭발원인에는 고압변성기가 폭발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PMP용 배터리 역시 80℃ 이상에서 부풀음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뜨거운 여름철 PMP타입의 내비게이션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표원에 따르면 PMP와 휴대전화 배터리케이스의 변형과 파손 온도를 시험한 결과 부푸는 현상은 PMP용은 80℃, 휴대전화용은 110℃에서 7시간 방치한 뒤에 발생했다.
◆"고객 부주의", "사용자 탓 하지 마라" 공방
현재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의하면, 품질보증기간에 대해 해당 사업자가 품질보증서에 명기한 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보통 내비게이션 본체는 12개월, 배터리의 경우 6개월로 되어 있어,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할 경우 무상 수리를 받기가 어렵다.
또 수리에 드는 시간도 보통 2~3주 가량으로 오래 걸리는 편이라 자칫 내비게이션의 필요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여름휴가시기에 소비자들은 속앓이를 해야 한다.
내비게이션 제조업체들은 폭발 사고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 내부에 장착한 내비게이션은 여름철 고온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뙤약볕에 주차를 하지 않거나 덮개로 덮어 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
업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배터리 기술이 나아지지 않는 한 꾸준한 홍보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며 “홈페이지 및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공지를 올리는 등 안전을 위해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사용자 탓으로 돌리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사용자는 "제품 신뢰성 부족을 사용자 탓으로 돌리려는 수작"이라며 "애초에 차량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인데, 차량 내부 조건이 어떤지 잘 알고 있는 분들이 그런 조건에서도 문제없이 작동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름철 내비게이션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여름철 내비게이션 관리 요령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급적 차량 내부에 두지 말고 ▲그늘진 곳에 주차 하거나 창문을 조금 열러 환기가 될 수 있도록 하며 ▲내비게이션에 흰 천을 덮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면 배터리가 부풀어 녹아내리거나 폭발할 수 있어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고 밝혔으며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내비게이션을 탈착해 다른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