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맞는 이명박 정부가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최근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민심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경제를 살려달라는 기대와 요구를 안고 출범함 정부치곤 너무 무기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권 '백일상'에는 '기대'나 '희망'보다는 '국정쇄신'이 올려져야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인적쇄신보단 시스템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어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과도 파열음을 내고 있다.
48.7%의 득표율과 530만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00일만에 20%대로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또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새정부의 역점과제의 추진에도 잇단 제동이 걸렸다.
특히 쇠고기 정국에 발목이 잡히면서 17대 국회 임기내 처리가 무산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은 국내외 여론 악화와 야당의 반대로 연내 비준조차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경제 역시 어렵긴 마찬기지.
고유가와 고물가 등 각종 악재로 인해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않는 형국이다. 경유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서민지지층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특히 쇠고기 정국이 길어지면서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 국민불신이 심각해 지고 있다.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연일 대규모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고, 야당은 쇠고기 수입 고시에 대한 반발로 내각총사퇴 요구와 함께 법적대응을 하고 나섰다.
설상가상으로 새 정부 '실용외교'도 삐걱거릴 조짐이다. 이런 정권의 위기는 '소통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강부자'(강남땅부자).`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신조어를 만들어 낸 조각 파동 등에서 보듯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공개 사과한 것도 이런 '실책'을 자인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도 역할 부재도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쇄신 드라이브에 국민은 벌써부터 '개혁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졸지에 '개혁대상 1호'가 된 공직사회는 몸을 낮춘 채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내각과 청와대는 쇠고기 파동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도 좀처럼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사태가 수그러들기만 기다리는 모습이다.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정치권과 학계의 중론이다. '나를 따르라' 가 아닌 '같이 가자'는 국정운영과, 그에 걸맞은 국정시스템 정비 및 당정청 조율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내각에 대해선 부분적인 인적교체를 단행하고, 청와대는 정무.홍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책 측면에서는 급등하는 경유값 대책 등 서민들의 경제난을 덜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과 행동을 줄이는 대신 많이 듣고 칭찬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충고가 잇따른다.
이 대통령도 최근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국정쇄신책 등에 대한 정치 원로들의 충고를 귀담아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인적쇄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국정쇄신책이 현 위기의 악화냐 진정이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국민에게 지는 것이 정권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면서 "민심이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입으로만 때울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전면적 개편 수준의 내각 쇄신과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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