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후 20일까지 9일 동안 AI 의심사례로 신고접수된 건수는 전무했다. 이에 따라 14일 경남 양산과 경북 경산 건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이후 총 양성 판정 건수 증가세도 42건에서 멈췄다.
지난달 초 전북 김제에서 처음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뒤 한 달 보름여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평균 2~3건의 신고와 양성 판정이 꼬리를 물었던 것에 비해 확실히 다른 상황이다. 다만 20일 충남 부여군의 가금류 폐사에 대한 '병성 감정'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된 것으로 확인됐다.
AI 통계에서 '신고'는 AI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검역원에 보고되는 경우를 말하고, '병성 감정'은 특별히 AI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금류 질병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검역원에 판정을 맡기는 것이다.
부여 건의 경우 일단 간이 검사에서는 일부 시료에서 AI(고.저병원성 모두 포함)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전체 1만마리 가운데 폐사 규모가 50마리에 그쳐 저병원성 AI 또는 다른 질병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부여 건의 AI 확진 결과는 2~3일 뒤에 나올 것"이라며 "만약 부여 건이 고병원성으로 판명된다고 해도 이달 초순까지 거의 매일 신고와 발생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AI가 진정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없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2003년과 2006년에도 AI 사태의 마지막 단계에는 1주일에 한 두 건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다가 결국 2주 정도 만에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대해 방역 당국은 이달 중순 이후 집중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재래시장과 소규모 운송차량에 대한 방역 활동 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달 초 5일장에서의 닭.오리 거래를 막은데 이어 15일부터는 전국 83곳의 닭.오리 판매 상설 재래시장에 대해 관할 시장과 군수, 구청장이 AI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자진 폐쇄를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재래시장이나 가든형식당(닭.오리 등을 직접 길러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당) 등에 닭과 오리를 운반하는 차량에 대한 세척 및 소독 점검도 강화해 도축장 경영자가 발급한 '소독 실시 기록부'가 없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고 있다.
아울러 닭.오리 사육 농가는 반드시 시.군 소속 가축방역관이나 공익수의사 등이 발부한 '임상검사 증명서'를 첨부해야만 전국 가금류 도축장(61개)에서 도축받을 수 있게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