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던 기존 금융위원회의 방침에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지난 정부가 법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고려할 수 없다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다면 새 정부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법적인 문제는 법원과 검찰이 하는 것"이라며 법원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전 위원장은 금융공기업 재신임과 관련해 "해당 기관장과 감사들이 모두 사표를 제출한 상황"이라며 "경영능력과 전문성, 새 정부 국정철학과의 동질성, 재임 기간 등을 감안해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공기업 기관장에 관료 출신을 모두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능력있는 민간인들이 최고경영자(CEO)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민영화 방안을 확정하겠다"며 "민영화 과정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전일 발표된 삼성 쇄신안에 대해서는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 은행 민영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비은행 부문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 위원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외환시장은 안정적으로, 금리는 외부 여건을 감안해 하향 안정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는 낮추는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결과를 설명하면서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나 양국이 금융감독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미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이 산업은행 민영화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며 "해외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은 방미 중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본사를 방문해 새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을 설명하고 향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시 이를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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