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를 인수할 뜻을 밝힘에 따라 향후 인수 과정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불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제일화재는 합병 의사가 없다고 주장해 양측 간 기싸움이 대단하다.
이번 인수전의 향방은 제일화재의 최대주주겸 이사회 의장인 김영혜씨와 동생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측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렸다.
KB자산운용 등 다른 주주들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 인수제안서 시한은 24일=메리츠화재는 김영혜씨에게 인수제안서를 보내면서 시한을 24일로 제시했다.
제일화재는 공식적으로 "인수 제안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24일 전후로 지분을 양도해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리츠화재는 인수 가격으로 860억원 가량을 제시했지만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김영혜씨가 이 기간을 활용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7일 대량 지분 보유 사실을 공시했기 때문에 이후 5거래일 동안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없다.
◆ 적대적 M&A 가능성 높아=제일화재 측이 24일까지 인수 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대적 M&A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제일화재는 이미 메리츠화재의 인수 제안에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적대적 M&A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25일 이후에는 메리츠화재도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어 양측 간의 본격적인 지분 경쟁이 펼쳐지게 된다.
김영혜씨가 우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승산은 메리츠화재에게 있다. 메리츠화재는 우위를 보이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3대 주주에 포함되는 KB자산운용(6.55%)과 그린화재(2.72%) 등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주가를 높여줄 수 있는 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한화 측 대응이 최대변수=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김영혜씨의 동생이다. 한화 측이 김영혜씨의 손을 들어줄 경우 무게중심은 제일화재 쪽으로 급속히 쏠리게 된다.
메리츠화재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며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기준을 30% 정도로 보고 있다. 이미 확보한 11.465%에 20% 가량을 추가 확보해야 하지만 계열사 자금이 충분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전면에 나설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한화손해보험이 제일화재를 인수하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
양측 간 경쟁이 격화될 경우 이미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 계열사까지 인수전에 가세할 수 있다.
조정호 메리츠화재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형제 사이다.
그러나 지분 확보 경쟁이 과열돼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양측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진 대 한화의 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강소영 기자 haojiz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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